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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묻혀 있던 4000억대 한진칼 지분 8월에 풀린다
사모펀드에 묻혀 있던 4000억원대의 한진칼 지분이 올해 8월 시장에 풀린다. 반도그룹이 3년 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참전했다가 손을 떼며 지분을 정리할 때 몇몇 대기업들이 함께 펀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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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묻혀 있던 4000억원대의 한진칼 지분이 올해 8월 시장에 풀린다. 반도그룹이 3년 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참전했다가 손을 떼며 지분을 정리할 때 몇몇 대기업들이 함께 펀드를 만들어 이를 대거 사들였는데, 해당 펀드가 조만간 만기를 맞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와중, 베일에 싸여 있던 상당량의 주식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신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한진칼 PEF 투자)' 펀드가 오는 8월 말 만기를 앞두고 있다. 2022년 8월 말에 3년 기한으로 설정된 사모펀드로, 이제 만기가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당시 반도그룹 계열사들이 동시에 내놨던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은 2022년 8월 26일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주식 1136만1000주 중 대부분인 1075만1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1주당 매각가는 6만2500원으로, 총 6719억원어치였다. 한진칼의 전체 보통주의 16.10%에 달하는 물량을 하루 만에 털어낸 것이다.
반도그룹이 들고 있던 이 같은 지분은 한진그룹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의 산물이었다. 반도그룹은 2020년 초 조현아(현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손을 잡고 조원태 현 회장에 맞선 이른바 3자 연합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한진칼 지분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에서 결국 조 회장이 승기를 굳히자, 갖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며 발을 뺐다.
이처럼 시장에 나온 한진칼 주식을 두고 일부 대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클럽딜 형태로 펀드가 조성됐다. 기업별로 보면 △SK에너지 840억원 △기아 400억원 △효성 200억원 △삼구아이앤씨 100억원 등 총 1540억원이 투입됐다. 반도그룹이 한진칼 주식을 풀기 바로 전날인 2022년 8월 25일이었다.
이 펀드가 지금까지 품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거의 5%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IB 업계에 따르면 대신자산운용이 해당 펀드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 327만1239주에 이른다. 지분율로 따지면 4.90%다.
이렇게 잠자던 지분의 가치는 이제 4000억원을 훌쩍 웃돌게 됐다. 그 사이 한진칼의 주가가 2배 넘게 뛰면서다. 전날 종가 기준 한진칼의 주가는 1주당 13만2300원까지 오른 상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한진칼 지분 4.90%의 시가는 4328억원이다.
더욱이 이 지분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호반그룹이 한진칼 주식 보유량을 부쩍 늘리며 조 회장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어서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다.
호반건설과 ㈜호반, 호반호텔엔리조트 등 호반그룹 소속 3개 계열사는 한진칼 지분 보유량을 기존 17.44%에서 이번 달 18.46%까지 확대했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을 모두 합한 한진칼 지분율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20.13%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고작 1.67%포인트다.
이 때문에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4%대 후반의 지분은 양쪽 모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양이다. 혹여나 호반 측이 이를 고스란히 흡수하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물론 한진칼과 투자계약으로 묶인 KDB산업은행과 조 회장 측 주주로 분류되는 미국 델타항공의 지분율이 각각 10.58%와 14.90%인 만큼, 당장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래도 호반그룹의 지분율이 한진 오너 일가를 넘어서게 된다는 상징성 면에서 이목을 끌기엔 충분하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주식 매입 목적에 대해 단순 추가 취득이란 입장을 아직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호반 측이 견제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등 이사의 보수 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결과적으로 안건은 74.1%의 찬성률로 통과됐지만, 호반으로서는 조 회장의 연봉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순수한 투자로만 여기기엔 호반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의 규모가 너무 크다"며 "불과 몇 년 전 오너가가 기업 지배권을 두고 갈등을 겪은 경험까지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호반 측이 지분을 더욱 늘려 경영권 참여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시세 차익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입한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경쟁과 그에 따른 주가 상승이 호재일 수 있다"며 "이들이 한진의 경영권 갈등 재점화에 베팅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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