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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플랫폼 ‘독점 지대(地代)’와 ‘우아한 형제들’

Numbers_ 2025. 6.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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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플랫폼 ‘독점 지대(地代)’와 ‘우아한 형제들’

플랫폼 독점이 재원배분 비효율과 ‘시장 실패’ 원인네트워크 효과 창출 가치 플랫폼 참여자와 공유해야상생 생태계 조성, 플랫폼 시장경제 지속 가능 출발점최근 우리 사회는 시장 경쟁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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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독점이 재원배분 비효율과 ‘시장 실패’ 원인
네트워크 효과 창출 가치 플랫폼 참여자와 공유해야
상생 생태계 조성, 플랫폼 시장경제 지속 가능 출발점

최근 우리 사회는 시장 경쟁 상황을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향유하는 기업에 대한 ‘가격 통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은행 대출금리 결정 요소의 법적 제외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서민 대중의 부담 경감과 공정 경제 실현이라는 선의로 ‘수요자 보호’를 위해 시작한 전형적인 ‘최고가격’ 통제 정책이다. 이러한 시장 개입 배경에는 시장이 스스로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장 실패’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격을 통제하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최근 국내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우형들)’이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해 중개수수료 전액 면제’를 결정했다. 이는 플랫폼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한다는 사회적 비판과 정치권 압력에 대응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플랫폼 서비스 공급자인 우형들이 그동안 향유해온 ‘독점지대(Monopoly Rent)’ 일부를 플랫폼 생태계 ‘이용자(‘상품 생산자와 소비자)’와 나누기로 결심한 것이다.

독점지대는 시장의 가격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인간의 노력으로 재생산이 불가능한 토지와 같은 자원을 배타적으로 소유할 때 발생하는 초과이윤이 독점지대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는 전통적 자원 독점과는 다른 메카니즘으로 독점지대가 형성된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본질적으로 독점으로 귀결된다. 그 작동의 핵심은 ‘네트워크 효과’다. 플랫폼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 서비스 효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창출하는 부가가치로 나타난다. 가입자 수 증가로 네트효과가 극대화되면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는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수료를 통제하며 부가가치를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배민은 국내 음식 배달앱 시장에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다. 다다익선(The more The best)은 플랫폼이 초기 고객 기반을 빠르게 확대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전략이다. 배민은 ’치믈리에 자격시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와 같은 재치 넘치는 마케팅으로 고객 호감을 얻고 초기 고객 저변을 빠르게 확장했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공급자(음식점)와 이용자(소비자)를 끌어 모으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는 핵심 동력이다.

특히 배달앱과 같은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은 무한한 온라인 공간과 유한한 오프라인 자원(음식점과 배달원)을 결합해 오프라인 시장까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력 행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독점 기업은 경쟁 시장의 기업과 달리 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높게 책정해 독점적 이윤 추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이익 극대화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자원 배분 비효율과 사회적 후생을 축소시킨다. 플랫폼 독점도 다르지 않다. 이는 플랫폼의 ‘혁신 기여’와 ‘독점 폐해’ 사이의 근본적 딜레마를 만들고 정부 규제와 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핵심 논거가 된다. 배민의 ‘1만원 이하 수수료 면제’는 단순한 상생안을 넘어 ‘독점 지대’의 시장 왜곡을 교정하려는 사회적 타협의 산물인 ‘가격 통제 정책’이다.

2024년 9월 기준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으로 쿠팡이츠 24%, 요기요 14% 등 경쟁사를 압도한다. 이러한 시장 지배력은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 운영사인 우형들의 지분 87%를 인수하면서 더욱 공고해졌으며 동시에 국내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2015년 배민은 ‘중개수수료 0%’ 정책을 선언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한 이후 광고 서비스(울트라콜, 오픈리스트)를 더욱 강화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수익모델 다각화를 추진했다.

특히 2022년 3월 ‘배민1 플러스’의 중개수수료를 건당 1000원 정액제에서 주문 금액의 6.8% 정률제로 변경하고 2024년 7월 9.8%로 3%포인트 추가로 인상했다. 이러한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배민과 우형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우형들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조 9471억원, 영업이익 4241억원으로 3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024년은 매출 4조 3226억원, 영업이익 6408억원으로 3년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특수와 수수료 인상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우형들의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물론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 전세계 대형 음식 배달 플랫폼이 여전히 수익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배민의 대규모 수익 달성은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이 만들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배민이 연이어 추진한 수수료 인상은 ‘배달할수록 적자’라는 플랫폼 입점 자영업자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1만원 이하 음식 배달’에서 수수료 40%를 부담하는 현실은 공정거개위원회 신고 등 자영업 단체의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배달앱 주문 판매 시 매장 가격보다 비싼 ‘이중가격제’ 도입으로 플랫폼의 ‘미들맨 비용(Middle Man Cost)'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최근 논의 중인 ‘배달 총수수료 상한제’는 점유율 60~70%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이 형성한 ‘독점지대’가 불러온 ‘시장 실패’를 정부가 개입해 교정하려는 시도다. 우형들의 사상 최대 이익은 ‘배달할수록 적자’라는 자영업자의 호소와 대조를 이룬다. 배민의 높은 수익성은 단순한 비즈니스 성공 모델 평가 지표가 아니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초과 이윤’ 획득의 증거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플랫폼 규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경기침체 심화와 자영업 소멸 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독점적 지위 남용과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도록 플랫폼 시장의 질서 재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배민의 수수료 정책 발표 직후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1만원 이하 주문이 거의 없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배민 측은 최근 1만원, 5000원 이하 소액 주문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1만원이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수수료 감면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배민의 수수료 조정이 실질적 부담 경감보다 대외적 ‘생색내기’ 내지 ‘미봉책’으로 비춰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두 자릿수 성장이던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이 2023년 2.3% 한자릿수로 떨어졌지만 2024년은 ‘무료배달’ 경쟁에 힘입어 다시 14.3% 성장했다고 한다. ‘무료배달’은 당장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자영업자에게 다양한 명목의 수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궁극적으로 외식 물가 상승과 소비자 후생 축소로 이어지는 복잡한 메카니즘이 작동한다. 쿠팡이츠 등 플랫폼 차순위 경쟁자의 점유율 확대 경쟁에 대응해 배민이 수수료 인상으로 플랫폼 사업자 비용을 입점 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힘은 플랫폼 지배력에서 나온다.

플랫폼 수수료 규제는 단일한 해결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다. 데이터 독점 경쟁력과 소비자 선택권은 물론 더 나아가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거시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배민의 수수료 면제 정책은 플랫폼의 독점력과 과도한 이익을 비판하는 사회적 압력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응이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향유하는 ‘독점 지대’ 일부를 공유하려는 시도이지만 그 근본적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소액 주문의 실제 비중과 자영업자의 체감 효과 등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플랫폼 독점 지대의 형성은 시장의 비효율을 야기하며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수수료 면제와 같은 단편적 정책을 넘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재논의 등 근본적 규제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플랫폼의 시장 경쟁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은 시장 자율적 조정 기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시장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후생을 증진할 수 있는 군형 잡힌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데이터 독점 방지, 경쟁 촉진 등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다각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배민의 수수료 정책 변화가 상생 생태계 조성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플랫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논의와 타협안 마련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