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연내 만기 도래 예정인 PF 대출 보증채무 잔액이 4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증 채무는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아니라 시행사가 받은 PF대출이지만 태영건설이 보증을 서 사실상 태영건설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로 분류된다. 이 중 은행권에선 단일 규모로 KB국민은행이 1800억원 넘게 대출을 해주면서 가장 금액이 많았으며, 뒤이어 NH농협은행·BNK경남은행 등의 순으로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KDB산업은행이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하기 위해 채권단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태영건설 PF대출 보증채무 잔액만 4조48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우발채무만 2조9584억원으로 잡혀 전체 PF대출잔액 대비 65.9%에 달한다. 당장 오는 21일 만기가 예정된 DGB대구은행의 615억원을 시작으로 1월 2449억원, 2월 1397억원, 3월 1조1520억원 등이다. 태영건설이 금융사에 직접 빌린 금액 1조3007억원 중 연내에 만기 도래 예정인 8417억원보다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잔액 기준 단일 대출 규모로는 KB국민은행이 가장 컸다. 인천용마루 주거환경개선사업에 1812억원의 대출이 나간 상태로, 오는 3월 20일 만기된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 중 90억원 정도만 우발채무로 봤다. 올해 완공 예정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올해 만기가 끝나는 태영건설의 PF대출 중 마산~창원간 연결도로 사업에 28억원, 신진주역세권 공동주택 개발사업에 573억원 등에도 대출을 해준 상태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만기가 끝나는 PF 대출 중에선 용인8구역 재개발사업에만 1365억원의 대출을 해줬다. 5월 31일 만기 예정인 이 대출 계정의 우발채무는 328억원 정도가 잡혔다. BNK경남은행은 양산사송지구 공동주택 B9 사업에 1267억원, 신진주역세권 공동주택 개발사업에 149억원의 자금을 내줬다. NH농협은행과 BNK경남은행 모두 수분양자 중도금대출 연대보증을 서거나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를 인수하는 형태로 보증을 세웠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태영건설의 경기 고양시 향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에 각각 1057억원, 1056억원의 PF대출이 나갔다. Sh수협은행의 경우 신경주 역세권 2BL 공동주택 개발사업에 경남지역본부, 울산지점으로 나눠서 각각 731억원, 739억원씩 PF대출을 해줬다.
은행들 입장에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만기 유예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태영건설 신용등급이 지난해 6월 A에서 워크아웃 신청 이후 CCC로 10단계 강등되면서 은행들은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추산하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 감독규정 상 준비금을 포함한 충당금은 회수 가능 금액을 제외하고 부동산PF는 30% 수준을 적립하도록 요구한다.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금융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PF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감안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당부한 바 있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오는 11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태영건설의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면 채권단의 채권행사 유예기간은 오는 11일부터 4월 11일까지다. 단,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채권행사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금융채권자협의회 앞 통보로 유예기간을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충당금 적립보다 손실처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날 태영그룹이 내놓은 추가 자구안에 대주주 사재출연이 빠진 데다가 당초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출한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우려가 불거져서다. 태영그룹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2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으나, 외상매출 담보채권대출 451억원을 워크아웃 대상 채권이라며 상환하지 않았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전날 채권단 설명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워크아웃이 불발돼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동결돼 협력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사들은 충당금 적립이 아니라 손실처리를 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고 있기는 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관련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본 뒤 관련 부서에서 결산 때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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