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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효성화학 살리기' 이번엔 영구채 매입 [넘버스]

Numbers_ 2024. 2. 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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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효성화학 살리기' 이번엔 영구채 매입 [넘버스]

효성그룹의 지주회사인 ㈜효성이 또다시 효성화학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500억원을 수혈한 데 이어 이번에는 10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한다.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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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효성본사 사옥 (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의 지주회사인 ㈜효성이 또다시 효성화학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500억원을 수혈한 데 이어 이번에는 10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이 발행하는 1000억원의 제3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매입 안건을 의결했다. 발행 예정일은 2월 22일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띄는 하이브리드 채권을 말한다. 만기가 정해져 있으나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영구채로 여겨진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베트남법인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효성화학은 지난해부터 이례적으로 영구채를 발행하며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기 전까지는 상반기 부채비율이 9000%에 육박했다. 총차입금이 1조4817억원에 달하는 탓에 지난해 3분기까지 금융비용으로 1998억원을 지출했다. 지주회사인 ㈜효성이 자금 지원에 나선 배경이다.

㈜효성의 이번 영구채 인수는 지난해 10월 유상증자로 효성화학에 500억원을 지원한 이후 4개월 만에 진행하는 것이다. 당시 ㈜효성은 신주 인수 할인율을 0%로 책정하는 등 비용부담을 감내해가면서 효성화학 지원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영구채는 유상증자와는 다소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효성 측은 이번 영구채 매입 목적에 대해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개선 및 당사 투자수익 창출"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지원 외에 지주회사의 수익 창출 목적이 포함된 것이다.

먼저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8.3%로 책정됐다. 발행 규모를 감안하면 ㈜효성은 연간 83억원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발행일로부터 2년 뒤 연 3.5%, 5년 뒤 연 4.5%, 10년 뒤 연 5.5%의 스텝업 조항까지 걸려있다. 효성화학이 영구채를 중도상환하지 않을 경우 11.8%~13.8%까지 금리가 인상되는 것이다.

해당 영구채의 중도상환 효력이 2026년부터 발생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효성은 처음 3년(2026~2029)은 연간 118억원, 다음 5년(2029~2034)은 128억원, 그 이후 만기까지는 138억원씩 이자를 받게 된다. 즉, ㈜효성이 손해만 보는 딜이 아닌 셈이다.

일부에서는 ㈜효성이 단순한 자회사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영구채를 인수한 건 장기적 관점에서 자회사의 경영정상화를 고려한 결정일 것”이라며 “향후 효성화학의 상황이 나아졌을 때 효성은 영구채를 되팔거나 조기상환 형태로 수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효성화학이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건 신용평가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효서화학은 영업손실이 누적되며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수익성 회복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성화학은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확보하는 1000억원을 모두 만기채 차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올 7월 26일 1200억원의 공모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