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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잇따른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KB금융지주도 증액 발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채권시장에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근에도 꺾이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망이 짙어 금융지주사들을 포함해 우량한 채권을 중심으로 투심이 몰리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본격 들어서기 전 고금리 수요 막차타기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오는 20일 2700억원 규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일이 따로 없는 영구채 형태로 발행되지만 발행일로부터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4.00~4.80% 구간으로 제시했다. 발행 대표 주관사는 SK증권과 유안타증권이 공동으로 맡았고, 인수단으로는 키움·현대차·한양·KB증권으로 구성됐다. KB금융지주는 이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액을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지주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데 2200억원, 운영자금으로 500억원을 우선 사용할 예정이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채무를 상환하면 부채는 줄고 자본은 늘어나게 된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증권으로, 발행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만기가 따로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어 '영구채'라고도 불린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에는 발행 금융기관이 부실 기관으로 지정되면 투자자들이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동일 등급 회사채 대비 2노치(notch) 낮은 등급이 부여돼 높은 이율을 제공한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선순위 회사채 신용등급은 정부 지원가능성까지 고려해 'AAA'가 부여됐지만, 이번에 발행될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는 신용평가사 3사 모두 'AA-(안정적)'를 제시했다.
KB금융지주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은 자본확충을 통한 선제적인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BIS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중을 나타낸 것으로,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금융그룹의 BIS비율은 10.5% 수준이지만, 지난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지주들에 자기자본을 1%포인트 추가로 쌓도록 주문한 만큼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선제적인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면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BIS비율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 7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BIS비율이 16.71%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권고치보다 높고 같은 기간 신한(15.9%)·하나(15.65%)·우리금융(15.8%) 등 시중은행계열 금융지주사들보다도 준수한 편이지만, 지난해 3분기 말 KB금융지주의 BIS비율이 16.8%였던 점을 고려하면 1개 분기 만에 9bp(1bp=0.01%포인트)나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할 경우 이사회에서 결의한 4000억원 한도까지 모두 채워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KB금융지주보다 먼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도 각각 2700억원 규모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하면서 최소 7000억원대에서 많게는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집하면서 모두 4000억원 한도까지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현재 채권시장에선 미국 1월 CPI가 예상치(2.9%)를 웃도는 3.1%로 집계돼 금리인하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지만, 금리인하 방향성 자체는 유효하기 때문에 투심이 쏠리고 있다. 연내에 금리가 인하되기 전에 고금리 막차 타기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KB금융지주 입장에선 지난해 하반기 치솟았던 채권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인 점 등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에 금리 수준이나 발행 여건이 좋을 때 미리 여유자금을 추가 확보해두는 게 유리하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장기간 이어온 KB금융지주의 우수한 자산건전성이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각종 대손부담 때문에 다소 저하될 수 있으나, KB금융그룹의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초과 적립 규모와 자본완충력 수준, 연착륙을 유도하는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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