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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플레이그램은 어떻게 MDS테크 주식을 담보로 내놓게 됐을까

Numbers_ 2024. 2. 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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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플레이그램은 어떻게 MDS테크 주식을 담보로 내놓게 됐을까

MDS테크(옛 한컴MDS)의 최대주주로 잘 알려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플레이그램이 교환사채(EB)를 발행해 50억원을 조달한다. 주력 사업인 콘텐츠사업부의 콘텐츠 구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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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레이그램 홈페이지 갈무리)


MDS테크(옛 한컴MDS)의 최대주주로 잘 알려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플레이그램이 교환사채(EB)를 발행해 50억원을 조달한다. 주력 사업인 콘텐츠사업부의 콘텐츠 구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EB의 전략적가치를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지고 있다. EB를 발행하기 위해 담보로 제공한 게 자회사 MDS테크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인수합병(M&A)을 진행한 탓에 피인수기업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게 된 상황에 몰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50억원 교환사채가 갖는 의미는


플레이그램은 이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50억원 규모의 EB 발행 안건을 의결했다. 교환가액은 MDS테크의 이달 13일 종가(1990원)에 31% 할증한 2600원이다. 플레이그램은 조달 자금을 올해 콘텐츠사업부의 콘텐츠 구매 대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플레이그램 이사회 의사록)

 
EB는 발행기업이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주식으로의 교환을 염두에 둔 채권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사채 이자율을 낮게 정한다. 투자자에게 주식 교환을 통한 차익실현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이자부담이 덜하다. 또 EB가 향후 보통주로 전환되면 유통주식수와 자기자본이 증가하는 재무적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그램의 EB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른다. 먼저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5%로 책정됐다. 이달 14일 기준 신용등급 A-등급의 3년물 회사채 금리가 4.98%라는 점을 감안하면 EB의 금리 메리트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여기에 발행사가 투자자에게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도 없다. 콜옵션이 붙어있지 않다는 건 향후 최대주주 측이 MDS테크 지분희석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가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EB의 교환 대상이 MDS테크 주식이라는 점이다. 보통주 192만3076주로 주식총수 대비 2.2%에 해당한다. 플레이그램은 지난 2022년 7월 한글과컴퓨터 산하에 있던 한컴MDS(현 MDS테크)를 950억원에 인수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 지점에서 EB는 한 가지 시사점을 갖는다. MDS테크를 인수하는데 950억원을 투입했던 플레이그램이 당장 운영자금으로 쓸 50억원이 부족해서 금리 압박까지 감내하고 피인수기업의 주식까지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플레이그램의 공격적 M&A 딜레마


플레이그램이 MDS테크 주식을 담보로 EB를 발행하게 된 배경은 202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엔케이물산이라는 기존 사명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교체된 시기다. 회사의 최대주주가 ‘하나모두 외 4인’에서 ‘트라이콘1호 투자조합’으로 변경된 때이기도 하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본시장은 이때의 인수합병(M&A)을 일반적인 거래로 보지 않았다. 당시 엔케이물산을 이끌던 실소유주는 수천억원의 자산가로 알려진 남궁견 회장이었다. 남궁 회장은 적자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 뒤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M&A 큰손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상장폐지 된 세종로봇과, 에이치원바이오, 디에이치패션, 에스비엠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다.

인수 주체의 이력도 화려하다. 트라이콘1호의 최다 출자자는 트라이콘홀딩스다. 트라이콘홀딩스는 비덴트와 빗썸,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 등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김재욱 대표가 최대주주인 곳이다. 김 대표는 2019년 빗썸 경영권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비덴트를 이용해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의 지원을 받아 빗썸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물러났다.

이후 2년만에 시장에 복귀한 김 대표는 엔케이물산의 DNA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을 빗썸 출신 인물들로 채웠다. 또 블록체인, NFT, 데이터베이스, 연예기획 등 무려 34개의 새로운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하고 상호를 플레이그램으로 바꿨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가장 큰 변화는 전에 없는 자금 거래였다. 플레이그램은 새 경영진이 등장하자마자 120억원을 들여 ‘아몬드컴퍼니’를 인수했고, NFT투자회사 ‘플레이그램 싱가포르PTE’를 71억원에 사들였다. 2022년 4월에는 영국 소재의 가상화폐 파생상품거래소 ‘ACCX GROUP LIMITED’의 지분 11.11%를 61억원에 매입했다. 기존 아티스트코스메틱 지분은 모두 42억원에 팔아치웠다.

또 2022년 7월 100억원 CB, 200억원 CB, 1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총 400억원의 메자닌을 거의 동시에 발행했다. 모두 MDS테크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였다. MDS테크를 인수한 뒤 반년이 지났을 무렵 60억원을 들여 워크하우스컴퍼니 지분을 인수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증대시킨다는 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의도였으나 정작 시장에서는 이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 모습이다. 공격적인 사세 확장으로 인한 부담은 플레이그램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MDS테크 인수대금 납입이 완료됐던 날(2022년 7월 22일) 1250원이었던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다 같은 해 12월 29일 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물량이 전체주식수의 36%에 달했던 터라 그 자체로 주가 하방 요인이었다.

당연한 결과로 세 메자닌을 비롯해 그 전에 기발행한 메자닌까지 모두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졌고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청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진 조기상환 요청은 횟수로만 13회, 금액으로는 390억원이다. 약 1년 동안 390억원을 빚 갚는데 쓴 것이다. 플레이그램의 보유 현금성자산은 지난 2021년 말 별도기준 817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 49억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레이그램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시장 관계자는 "원금 상환 요청이 너무 많은데 비해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채권자들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