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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신한금융은 다시 1등이 될수 있을까

Numbers_ 2024. 3. 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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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신한금융은 다시 1등이 될수 있을까

재일교포 지분·영향력 계속 줄어 ‘주인없는 회사’‘신한사태’후 2번 기회 놓쳐…진옥동 어깨에 달려지난해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금융그룹의 경영성과를 평가하자면 ‘3강3중’으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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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지분·영향력 계속 줄어 ‘주인없는 회사’
‘신한사태’후 2번 기회 놓쳐…진옥동 어깨에 달려

 


지난해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금융그룹의 경영성과를 평가하자면 ‘3강3중’으로 요약됩니다. KB-신한-하나금융 등 ‘3강’과 IBK기업-우리-NH농협의 ‘3중’입니다.

‘3강’ 중에서 KB금융은 당기순익에서도 1등이지만 시가총액에서도 28조6089억원으로 전체 상장기업 중 14위, 금융사 1위입니다. 이에 비해 신한금융은 순익은 물론 시가총액에서도 2위로 밀려났습니다. 하나금융은 순익과 시총 모두 3위인데 은행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은 물론 국민은행을 앞질렀습니다. 하나은행의 선전은 우리은행의 기업 고객을 뺏은 결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3중’ 가운데는 금융지주사도 아니고 변변한 자회사가 없는데도 꾸준함의 대명사 IBK기업은행이 순익에서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을 제쳤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기업은행은 시가총액에서도 11조2836억원(32위)으로 10조7454억원(35위)의 우리금융을 앞섭니다. 기업은행이 잘한 것도 있지만 우리금융의 부진이 더 큰 원인입니다. 

은행소유 금융그룹 간 경쟁에서 제일 주목받는 것은 역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1등 싸움입니다. 2001년 국내 금융지주사 출범 이후 신한금융그룹은 2010년 ‘신한사태’에도 불구하고 8년 연속 순익 1위를 기록하는 등 발군의 1등이었습니다. 그러나 KB금융이 2014년 ‘KB사태’를 딛고 윤종규 회장 체제로 전열을 정비하면서 판도가 바뀝니다. 2017년 드디어 KB금융은 9년 만에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섭니다. 그 후 신한금융은 2018년과 2022년 1위를 탈환하기도 했지만 줄곧 KB금융에 밀립니다. 더욱이 조용병 회장 임기가 끝나가던 2022년의 1위 탈환은 4400억원(세후 3220억원)의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에 따른 것이어서 빛이 바랬습니다. 임기 말 사옥 매각은 여러 논란을 일으킵니다.

재계에서 1등 기업을 꼽자면 삼성이듯이 금융계에서는 신한금융이 단연 1등이었습니다. 삼성처럼 신한금융은 금융권의 인재사관학교였습니다. 대외적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로 인정받았습니다. ‘신한웨이’(Way), ‘신한DNA’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조직에 대한 강한 로열티, 고객과 영업 제일주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 다른 금융사들과 달랐습니다. 위기가 발생해 기업들이 부도가 나더라도 신한금융은 미리 관련 기업 부실채권을 다른 금융사로 옮겨가게 함으로써 건전성을 유지했습니다. 조흥은행이나 LG카드같이 덩치가 큰 금융사를 인수하고도 사후 통합작업을 매끄럽게 진행해 갈등이나 후유증이 없었습니다. 특히 지배구조 측면에서 주인이 없는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신한은행과 신한금융그룹에는 재일동포 주주들이 20% 넘는 지분을 갖고 버팀목이 됨으로써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의 외풍을 막아줬습니다. 라응찬 같은 걸출한 리더까지 있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권력은 없고 영원한 1등 기업도 없습니다. 신한금융도 2010년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의 싸움으로 시작된 ‘신한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신한사태는 최정점에 있던 두 사람 간 권력투쟁이 원인이지만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1982년 고 이희건 회장 등 재일교포들의 출자금으로 신한은행이 탄생한 이후 중심축 역할을 해왔던 재일교포 주주들의 쇠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신한은행 출범 초기만 해도 재일교포 지분은 30%에 육박했고 이희건 회장을 주축으로 1000명이 넘는 교포 주주들이 이사회를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말 이희건 회장 소유의 관서흥은이 파산하고 이듬해 이희건 회장이 신한은행 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 2011년 이희건 회장은 별세합니다. 신한금융 역사에서 주인이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라응찬 회장이 장기 집권으로 독단에 빠지고, 2인자인 신상훈 사장과 다툰다면 그 조직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신한금융에 대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배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됩니다. 특히 조용병 회장 시절인 2020년 코로나 사태에 따른 대응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명분으로 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1조원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이사회 멤버를 14명까지 늘림으로써 재일교포 주주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봐도 교포 주주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상징성이 사라졌습니다. 진옥동 회장 취임 후 다시 사외이사 수를 9명으로 줄이는 등 원상 복구했지만 재일교포들의 지분은 10%대에 그치고, 이사회에서의 영향력도 크게 줄어 다른 금융그룹처럼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회장 입장에서는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재일교포 주주들이 부담스럽고 귀찮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들의 힘을 빼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 전체로 보면 집행부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큽니다. 

신한사태 이후 신한금융은 한동우 회장과 조용병 회장 시절 다시 1등 금융그룹이 될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라응찬 회장이 지명한 ‘게으른 천재’ 한동우 회장은 ‘탕평’을 내세운 것 말고는 딱히 한 게 없습니다. 게다가 탕평을 명분으로 라이벌이었던 조용병과 위성호를 회장과 은행장에 앉힌 것은 두고두고 화근이 됐습니다. 회장과 은행장 갈등의 연장선에서 신한금융에도 채용비리 사태가 터졌고 ‘부지런한 일꾼’ 조용병 회장의 발목을 4년이나 잡았습니다. 조용병 회장은 오렌지라이프 생명을 인수하는 등 한때 기세를 올렸지만 더 이상 나가지 못했습니다.

신한금융이 상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자기 실력으로 다시 1등·일류의 금융사가 될지는 진옥동 회장 어깨에 달렸습니다. 다행히 여건은 좋습니다. 신상훈 전 사장과의 화해로 신한사태가 사실상 종결됐고 18년의 일본 근무 경험으로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방향도 잘 잡았습니다.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1등보다는 일류가 되겠다고 합니다. 

진옥동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후 만 1년이 지났습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짧으면 2년, 길면 5년입니다. 신한금융이 다시 1등이 되는 데 남은 시간도 2~5년에 불과합니다. 진옥동 회장이 ‘신한DNA’를 장착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 영업 제일주의,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신한금융의 마지막 적자(嫡子)이기 때문입니다. 신한금융은 다시 1등·일류가 될 수 있을까요? 절대 진옥동 회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