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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자본금 규제 없고 불완전판매 책임도 없어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등 GA 권한과 책임 개선해야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General Agency) 업계가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 이미지 쇄신과 함께 자금조달 효율화 등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현재 GA에 대한 기업신용평가모델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자본시장을 활용한 자금조달 등 경영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GA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신용평가모델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여 NICE신용평가와 협업, 이미 30~40개 GA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전망 채무상환능력 재무안정성 지배구조 등 기업평가에 필요한 풍부한 기업정보가 축적돼야 신용평가사들이 신뢰성 있는 신용평가 표준모델을 만들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제공하는 신용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금융거래에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업정보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산업과 개별회사의 리스크 프리미엄 산출에 필요한 권위있는 신용평가사의 평가등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보험판매시장에서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GA의 위상을 반영해 자본시장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고 걸맞는 역할을 하도록 제도와 규제 시스템을 정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A 업계에서 이미 에이플러스에셋(2020년) 인카금융서비스(2022년) 두 곳이 자본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다.
2021년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금융기관 소속 설계사를 포함하여 전체 보험설계사 62만명 중에서 GA 소속이 39.6%로 보험사 전속 27.2% 보다 많다. 2017년보다 6%포인트 상승하여 전속채널 대비 GA 소속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방카채널을 제외한 생보의 신규매출 45%, 손보 장기보험의 39%가 GA 설계사들의 판매활동으로 이루어진다. GA를 이용하지 않고 보험사를 경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원수 보험사 주도로 소위 ‘자회사형 GA’ 설립이 확산되면서 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 분리 추세가 급속히 진행중이어서 GA 성장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험산업의 중요한 중심축의 하나인 GA를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GA 설립에 필요한 별도의 자본금 요건이 없다. 다만 영업보증금에 대한 규제만 있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 33조를 근거로 개인 GA는 1억원, 법인 GA는 3억원 이내 보증금을 업무협약 보험사에 예탁하면 설립요건이 완성되고 보험협회를 거처 금융위원회 등록을 하게 된다. 보통 관행적으로 500만원 정도를 보험사에 예탁하고 나머지는 보증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A의 법률적 지위를 ‘중개’가 아닌 보험계약체결을 ‘대리’만 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자본금 확보 의무가 없는 대신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배상책임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
2021년 금융감독원 자료에서 GA 전체 4444개 중 65개 ‘대형GA’(설계사 500인 이상) 소속 설계사 비중이 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법인보험대리점 비교공시자료에 의하면 상위 10개사의 수수료수입 비중이 약 55%로 대형사 위주로 편중되어 있다. 그럼에도 ‘대형GA’ 중에서 총자본 100억원 이상인 곳은 15개사로 27%에 불과하고 50억원 미만도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비율(자본금/총자산) 50% 이상 부채비율(부채/총자본) 100% 미만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GA는 6개사로 전체 ‘대형GA’의 11% 수준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영업이익율 3%를 넘지 못한 곳이 44개 사로 전체의 80%이고 마이너스인 GA도 15개사에 이른다. GA의 수익구조는 95%를 보험사 판매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대다수 GA의 재무구조가 상당히 불안정하다.
GA 대형화를 통해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룬 보험판매시장이 질적으로 한단계 더 성장하고 도약하려면 자본구조 안정화, 수익원 다변화, 보험 판매문화 개선 등 경영규율체계 정비를 통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보험산업의 한 축을 내 맡기고 있는 GA채널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보험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과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GA채널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2010년대 이후 손보의 자동차보험 대리점들이 대거 GA로 전환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생보의 종신보험 시장 위축과 손보의 건강보험 시장 확대가 맞물려 보험 판매시장이 크게 요동친 시기였다. 시장 변화가 앞서 나가고 제도와 규제 장치들이 후행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보험산업의 제도정비 속도가 유난히 더디다. GA의 취약한 자본구조와 낮은 영업이익률 등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보험영업에 대한 규제환경 영향이 크다. 보험업법상 설계사 1만명을 보유한 GA와 원수보험사 소속 설계사 1명은 법적 지위가 동일하다. GA의 법적 지위는 ‘설계사’로 대우하면서 각종 규제와 감독은 보험사처럼 받는다는 일선 현장의 한 GA대표 탄식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자본시장에서 GA의 재무적 신뢰도 제고를 위해 신용평가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불완전판매 근절 등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GA 자체적인 고강도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보험계약체결을 ‘대리’만 하는 현행 GA 사업모델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바람직한 보험업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2008년 12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목표로 보험업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2012년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이후 보험연구원 등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보험상품판매채널 개선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전속채널을 분리해 대형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고 자체 수익모델을 만들어가는 보험업 제판분리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2008년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던 때에 비해 판매시장을 비롯한 보험 경영환경이 상당히 달라졌다. 보험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모색해야 한다. GA 설립 자본금 요건과 소비자 배상책임, 보험료 협상권과 취급업무 범위확대 등 현재 시장상황에 맞는 제도와 규칙을 법제화해 진입규제와 판매자 책임원칙을 세우고 일정 요건 충족시 보험상품 중개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형 GA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지울 수 있도록 제도적 규율과 지원체계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건강한 보험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보험업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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