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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의 주식 공동보유로 시작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가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박 전 상무-차파트너스 연합과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모두 자사주 소각 안건을 올렸음에도 두 의결권 자문사는 사측의 자사주 소각 안건에만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미 두 차례의 표대결에서 패배한 박 전 상무는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경우 ‘3전 3패’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비롯해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커진 가운데 박 전 상무 측이 제시한 주주환원책의 진정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번번이 패한 박철완…이번에도 '찻잔 속 폭풍' 될까
15일 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상정한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안건에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ISS는 “주주제안자는 회사의 자사주가 지배구조 우려와 실적 부진을 낳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미흡했다”고 전했다.
ISS와 함께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도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금호석유화학 측의 자사주 소각 계획이 주주제안자가 우려한다고 표한 자사주 처분 가능성에 따른 디스카운트 요인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쟁사 대비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수익률이 최하위권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회사가 보유 중인 대규모 자사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차파트너스는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특별관계인이 됐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뿐만 아니라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변경안과 올해 자사주 50%를 소각한 뒤 내년 안으로 나머지 절반을 소각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또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한 상태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3년간 자사주 50%를 분할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33%가량은 이달 20일 소각할 예정이다. 감사위원으로도 최도성 한동대 총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이자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9.1%의 지분을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그의 가족들을 포함하면 지분율이 10.88%까지 올라간다. 지난 2020년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당시 전무)으로 후계 구도가 구축되자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 주주총회에서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주주제안으로 올렸으나 표대결에서 졌다. 2022년에는 보통주 1주당 1만4900원, 우선주 1주당 1만4950원의 현금배당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또다시 표대결에서 밀렸다. 박 전 상무는 줄곧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음에도 그의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진정성 물음표 붙는 박철완-차파트너스의 '행동주의'
관건은 행동주의펀드까지 가세한 박 전 상무의 이번 행동주의는 다르냐다. 이들의 갈등으로 인해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던 만큼,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경우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주제안 안건은 그동안 박 전 상무가 제안해 왔던 안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 전 상무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요구한 핵심은 ‘높은 배당금’이었다. 2021년에는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금보다 160%가량 많은 금액을 제안했으며, 2022년에는 1.5배 수준의 배당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주주제안 안건의 골자는 배당이 아닌 자사주 소각이다. 2022년에도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지만 당시 회사의 보유분 17.8%의 10%정도만 소각하라고 했다. 즉, 이번에는 조금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주주제안을 올린 것이다.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비롯한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진 데다 주주환원책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난 점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 영향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사주 소각안을 중심으로 한 박 전 상무-차파트너스 연합의 행동주의에 명확한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은 이번 행동주의가 박 전 상무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목적이 엑시트라면 행동주의가 단순히 표면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 행동주의 관계자는 “자사주가 매도 가능한 자산으로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개인 최대주주의 보유주식도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우려요소가 될 수 있다”며 “주주로서 엑시트는 권리이지만 주주가치 제고라는 설득력을 키우기 위해선 더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추가 지분 매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공개매수나 장내매수 등 현금을 동원한 지분 매입이 없이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건 소액주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소액주주는 “사모펀드까지 포섭하고도 추가 주식 취득이 없는 건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라며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조금 더 행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박 전 상무는 2002년 12월 금호그룹의 창업주 지분을 상속받기 전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한 지분은 1% 안팎에 불과했다. 그의 지분은 상속 이후 7.69%(우선주 포함)였고, 2007년 6월까지는 꾸준히 상속받은 우선주를 처분했다. 그는 2009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했는데, 이때 지분율이 현재와 비슷한 10%로 올랐다. 이후 1차 조카의 난이 있었던 2021년까지 8년 동안 추가적인 지분매입은 없었다. 상속받은 주식이 박 전 상무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당장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좋지만 적지 않은 자금 투입이 수반되고 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어떤 식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인지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장기적 투자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지금의 행동주의가 단기적 이익 실현을 위해 치고 빠지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움직임이란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철완과 차파트너스, 급조된 파트너십일까
차파트너스 역시 이번 일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별다른 금전적 손해나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한번 찔러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하는 움직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파트너스는 차종현 대표 등 플랫폼파트너스 출신 인력이 주축이 돼 2019년 6월 설립된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다. 경영권 분쟁과 지배구조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행동주의 펀드로 꼽힌다. 2019년 설립 초기에는 버스회사 등 운송 인프라 투자에 주력했으나, 2022년부터 사조오양과 상상인, 남양유업 등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서며 행동주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을 주도했던 만큼, 이 안에서 차 대표와 박 전 상무의 관계가 맺어졌을 것이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부재훈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 대표는 조 고문의 처남이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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