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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얼라인 이사증원 두고 2차전…"균형성 해쳐" vs "참호 구축 말라"

Numbers_ 2024. 3. 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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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얼라인 이사증원 두고 2차전…"균형성 해쳐" vs "참호 구축 말라"

JB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받아들여 금융권 최대 규모로 이사회를 꾸리기로 했다. JB금융은 이 과정에서 주주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등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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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B금융그룹)


JB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받아들여 금융권 최대 규모로 이사회를 꾸리기로 했다. JB금융은 이 과정에서 주주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등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주주 친화 정책을 담보하는 한편 젠더 다양성까지 갖추게 됐다. 다만 비상임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국면에선 얼라인과의 대립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 인원을 2명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인물은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이사와 이명상 변호사다. 이들은 각각 2대 주주와 3대 주주인 얼라인, OK저축은행 추천을 받았다.

이번 결정으로 JB금융 사외이사는 종전 7명에서 9명으로 확대된다. 이사회 인원도 9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다. JB금융 이사회는 김기홍 회장과 유관우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이상복 △정재식 △김우진 △박종일 △성제환 △이성엽 사외이사 △김지섭 비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이희승·이명상 후보가 사외이사로 추가되는 식이다.

JB금융의 이사회 증원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선제 적용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JB금융은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 이사회를 꾸리는 한편 이희승 이사 선임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22%까지 올리게 된다.

또 다른 효과도 있다. 지난해 말 공표한 사외이사 주주추천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주주 친화적인 이사회 구성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JB금융 사외이사 후보 주주추천 제도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한 주주라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이사회 규모가 JB금융 예상보다 늘어날 여지도 있다. JB금융이 배포한 '제11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 설명자료'를 보면 주총에선 두 번째 안건으로 비상임이사 현원 유지와 증원을 표결에 부친다. 비상임이사 현원 1인 유지의 건이 통과되면 최대주주 삼양사가 추천한 김지섭 삼양홀딩스 부사장과 얼라인이 제안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중 많은 표를 얻은 이가 비상임이사로 선임된다. 반면 주주 측 제안인 비상임이사를 2인으로 증원하는 건이 통과되면 JB금융 이사회 인원은 1명 늘어 총 12명이 된다.

JB금융은 이 설명자료에서 비상임이사를 1인으로 유지하는 건에 찬성을, 증원하는 건에 반대를 제안했다.

JB금융과 얼라인의 표 대결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에서도 예상된다.

당초 얼라인은 이희승 사외이사 후보와 이남우 비상임이사 후보 외에도 김기석·정수진·김동환·백준승 등의 인사들도 추천했다. 이 중 정수진 사외이사 후보는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퇴했다. 김기석 후보는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으며, 김동환·백준승 후보자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JB금융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기존 4인에서 5인으로 1명 추가된다.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선 감사위원직을 유지하는 성제환 사외이사를 제외한 4명을 선임한다.

JB금융은 주주들에게 얼라인이 추천한 인사들에 대한 반대 표결을 요청했다. 대신 유관우 의장과 이상복·박종일·이성엽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성엽 사외이사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재선임 대상자다.

성제환 사외이사를 제외한 감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JB금융 이사회는 "감사위원회 업무의 전문성 및 연속성을 고려해 현직 여성회계사인 이성엽 후보자를 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며 "당사 추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4인에 대해서만 찬성 투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다.

이사회는 얼라인이 다수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데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JB금융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사회 의장 서신'을 보면 유관우 의장은 "얼라인이 추천 및 주주제안한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 1인을 수용해 주주총회에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며 "이를 넘어서서 다수의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 공정성 및 균형성을 해치고 이해충돌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JB금융 관계자는 "얼라인이 5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며 "5명 모두 이사회에 들어오게 되면 과반이 넘어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라인은 JB금융 이사회에 장기간 연임한 사외이사가 여럿 포진한 점을 거론하며 경영진 감시와 견제가 충실이 이행되려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JB금융에 따르면 유관우 의장과 이상복 사외이사는 지난 2019년 처음 선임됐다. 정재식·김우진·박종일 사외이사는 이듬해인 2020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소유분산기업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자신들만의 참호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주주가 법에서 허용하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고,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JB금융 이사회에 4연임을 앞둔 사외이사들도 다수 있다"면서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거버넌스 차원에서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