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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이 DGB금융지주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사측은 배당 수익 등을 기대한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는 입장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축은행 본업에서 대출채권을 늘리는 것보다, 유가증권을 훨씬 많이 늘렸다.
결국 '경영 참여'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만약 OK저축은행이 대주주 물량에 해당하는 상당량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다고 가정할 경우 오버행에 따른 주가 하락 개연성이 높다. 금융사 등 저PBR 기업의 밸류업을 외치는 금융당국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OK저축은행의 DGB금융 보유 주식수는 1435만 3529주로 증가했다. 지분율은 7.53%에서 8.49%로 늘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8.00%에서 7.99%로 줄면서 DGB금융 최대주주는 OK저축은행으로 바뀌었다.
DGB금융이 최대주주 변경을 확인한 시점은 OK저축은행이 주식을 사들인 지 약 보름 뒤인 지난 14일이다. DGB금융은 지난 18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OK저축은행의 DGB금융 보유지분 확대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OK저축은행은 DGB금융 주식 584만3324주를 취득하며 주요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수차례 지분을 모았다.
DGB금융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에서 OK저축은행으로 바뀌자 금융권에선 경영 참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종합금융그룹 진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지분 투자를 통해 은행업에 발을 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OK저축은행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DGB금융 지분을 매입했다"며 선을 그었다.
OK저축은행이 기대할 수 있는 투자 회수 방법은 배당이다.
이미 OK저축은행은 DGB금융 주식을 차곡차곡 모아 배당으로 알짜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일례로 OK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315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린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704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보유주식이 늘어나는 만큼 배당수익이 증가한 점도 OK저축은행이 DGB금융 지분을 매입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OK저축은행이 DGB금융 주요 주주에 오른 2020년 배당수익은 7억원에 그쳤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93억원, 257억원으로 가파르게 뛰었다.
지방 금융지주가 저평가 굴레에서 벗어나 최근 주가 급등을 맞은 점도 OK저축은행이 DGB금융 최대주주 자리를 탐낸 배경 중 하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국책은행과 금융지주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DGB금융 주가는 전장 대비 8.77% 오르면서 JB금융(9.97%), 하나금융(8.7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때는 금융당국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당국의 중대 결정도 DGB금융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DGB금융을 포함한 금융지주 주가가 큰폭으로 오르기 하루 전인 지난 1월 31일 금융위원회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방식과 절차를 확정했다. DGB금융 주가는 금융위 발표에 힘입어 이튿날 9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에 가까워지면서 DGB금융 주가가 움직일 원동력을 얻은 셈이다.
다만 OK저축은행이 얻는 DGB금융의 배당수익률이 저축은행업계 조달금리에 비춰 '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DGB금융은 올해 현금배당금액을 보통주 1주당 550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전년에 비해 100원 내린 규모다. 시가배당률이 5.8%인데 저축은행 조달금리가 4%대에 달하는 점 고려하면 높다고 볼 수 없다. 향후 저축은행업계 업황이 좋아질 경우 자산운용 전략이 비효율화할 수 있다.
OK저축은행의 "단순 투자 목적"이 액면 그대로 해석되지 않는 이유다. OK저축은행은 DGB금융 주식을 취득하는데 몰두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유가증권 자산이 5752억원에서 1조3105억원으로 127.9% 급증했다. 매도가능증권이 4770억원에서 1조1583억원으로 142.8% 늘면서다. 같은 기간 대출채권은 11조118억원에서 11조2208억원으로 약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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