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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수제맥주 사업에 진출해 '쓴맛'을 본 교촌에프앤비(교촌)가 최근 경북 영양군에 대규모 발효단지 건립을 예고하며 막걸리로 주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주류 사업을 외식업과 연계해 동반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인데, 교촌이 앞서 수제맥주 사업을 벌려 실패한데다 주류·외식업을 비롯한 신사업을 밀어붙이기엔 재무 상태마저 악화하고 있어 주류 사업 확대가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교촌에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막걸리와 외식업, 시너지 효과날까
29일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영양군 일대 2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곧 발효단지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해당 부지는 교촌의 자회사 '발효공방1991'의 영양100년양조장 인근으로 알려졌다. 교촌은 발효단지가 완공되는 2025년부터 발효공방1991의 막걸리 브랜드 '은하수막걸리'의 생산량과 판로를 확대해 주류 사업을 더욱 키우겠단 계획이다.
교촌은 2022년 8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발효공방1991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막걸리 제품 개발은 2015년 8월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비에이앤바이오'가 담당하고, 제조 유통은 발효공방1991이 맡았다. 교촌은 △은하수 6도 △은하수 8도 △김향주 등 은하수막걸리 3종을 출시했다. 하지만 실제 제조공간이 협소한 탓에 대량생산이 어려워 현금창출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발효공방1991의 지난해 매출은 6372만원, 당기순손실은 4억 3725만원으로 집계됐다.
교촌이 막걸리 제조 시설을 늘리는 이유는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확대하고 있는 외식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교촌은 최근 한식 기반의 이태원 '교촌필방', 여의도 '메밀단편' 등 신규 외식 브랜드를 론칭했다. 먼저 국내서 K푸드 레스토랑을 선보인뒤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해 9월 11년만에 교촌으로 복귀한 송종화 부회장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송원엽 교촌에프앤비 글로벌미주·신사업부문 혁신리더는 최근 메밀단편 론칭 기념 간담회에서 "메밀단편 외에도 깜짝 놀랄만한 한식브랜드를 준비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교촌은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의 한계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쟁사인 BBQ는 해외진출, BHC는 외식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며 2022년 각각 15.31%, 27.94%이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치킨 프랜차이즈업'에만 집중해온 교촌의 영업이익률은 고작 1.7%에 그쳤다.
수제맥주와 치킨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
2022년 12월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영양 100년 양조장에서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맨 왼쪽)과 오도창 영양군수(맨 오른쪽) 등 관계자가 막걸리가 담긴 술병을 합수하며 개소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은 이미 한 차례 주류 사업에서 뼈 아픈 실패를 겪었다. 교촌은 2021년 5월 LF그룹의 자회사 인덜지가 소유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수제맥주 공장 '문베어브루잉'을 111억 2800만원에 인수했다. 연간 450만ℓ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교촌은 주력 메뉴인 치킨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주류 사업에 나섰으나 코로나19 이후 수제맥주 산업이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에서 '4캔 만원'이라는 가격 정책에 종속된 편의점 시장 위주로 바뀌면서 흔들리자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교촌은 1991라거, 1991벨지안위트에일, 문베어소빈블랑IPA, 문베어모스카토스위트에일 등 제품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재정비했지만,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달 기준 500㎖ 캔에 5500~6000원이라는, 편의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문베어브루잉은 결국 2022년 13억 300만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했고, 지난해 손상차손 규모가 57억 4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시장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유·무형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되면 발생한다. 즉, 교촌이 111억원에 매입한 문베어브루잉 자산의 가치가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막걸리라도 성공하려면.."본업과 외식업 잘 돼야"
악화하는 재무 상태도 주류와 외식업으로 돌파구를 찾는 교촌을 압박하는 요소다. 교촌의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21년 749억원에서 지난해 1408억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2021년 41.7%에서 지난해 76.4%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137.5%에서 111.5%로 떨어진 상태다. 교촌은 2022년 상반기까지 '무차입 경영'을 통해 식품업계 평균 부채비율(약 90%대)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같은해 10월 신사업 추진 및 운영자금을 위해 단기차입금을 98억원에서 643억원까지 증액한 것을 시작으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촌의 글로벌 및 신사업 부문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교촌의 지난해 글로벌 사업 매출은 178억 1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하는데 그쳤고, 글로벌 매장도 2021년 65곳 → 2022년 67곳 → 지난해 74곳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또 가정간편식(HMR), 가공소스, 수제맥주 등 신사업 매출은 133억 6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두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에 그쳐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
본업인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이 역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교촌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상승했지만, 이는 지난해 4월 치킨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원가율(82.7% → 75.7%)을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격 저항선이 무너져 매출이 급감한 것은 치명적이다. 교촌의 지난해 프랜차이즈 사업 매출은 4137억 7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8%, 액수로는 720억이나 줄었다.
업계에선 교촌의 두번째 주류 사업인 막걸리 사업은 '외식 사업 성공' 여부와 이를 뒷받침해 줄 기초 체력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교촌의 외식 사업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후 온라인, 가정시장으로 (막걸리) 판로를 확대하더라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식 사업의 투자금도 결국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나올텐데, 결국 본업이 잘 돼야 주류사업도 성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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