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한미반도체, 반도체 한파 속 현금 늘렸다…HBM 투자 실탄 장착

Numbers_ 2024. 4.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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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반도체 한파 속 현금 늘렸다…HBM 투자 실탄 장착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한미반도체가 지분을 갖고 있던 또 다른 장비 기업 HPSP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례없는 반도체 한파로 한미반도체의 실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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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과 한미반도체의 '듀얼 TC본더 타이거' 장비. (사진=한미반도체)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한미반도체가 지분을 갖고 있던 또 다른 장비 기업 HPSP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례없는 반도체 한파로 한미반도체의 실적이 절반 이하로 주저앉은 상황에서도 보유한 HPSP 지분 일부를 매각해 두둑한 현금을 확보했다. 업황 탓에 본업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성공적인 투자로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회사가 최근 집중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응할 실탄을 마련하게 됐다.

 

HPSP 지분 매각 성공적

 

한미반도체의 최근 5개년 실적 대비 현금및현금성자산 추이.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미반도체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회사가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1797억원으로 전년 대비 97.7% 늘었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5년간 빠르게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예외는 2021년으로, 당시 대규모 시설투자와 더불어 HPSP의 지분 12.5%를 확보하기 위해 375억원 규모의 추가 현금 투입이 이뤄지며 전년 대비 38.9% 감소한 바 있다.

HPSP가 2022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기업가치가 오르자, 한미반도체는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했다. 이를 통해 회사가 지난해 챙긴 현금은 929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면서 한미반도체의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당기순이익이 크게 뛰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590억원, 영업이익은 346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51.5%, 69.1% 감소했다. HBM 생산에 필요한 본딩 장비의 성장세가 가팔랐지만, 회사 주력인 비전플레이스먼트(VP)가 세계적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잠잠했던 탓이다.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72억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189.5% 성장했다.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약 6% 규모의 HPSP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 설비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여지가 높다. 다만 현재 확보한 생산능력 규모가 적지 않아 투자는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약 60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TC 본더' 신규 투자 속도낼까

 

한미반도체 마이크로쏘 공장 전경. (사진=한미반도체)


넉넉해진 곳간을 바탕으로 한미반도체가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에도 HBM을 둘러싼 훈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HBM 생산에 활용되는 열압착(TC) 본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전용 공장인 2023년 8월 '본더팩토리'를 인천 본사 부지 내 5개 공장 중 제3공장을 활용해 구축하기도 했다.

HBM 공급망에서 한미반도체의 입지는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주력 고객사인 SK하이닉스 내에서도 네덜란드 장비 업체인 베시를 밀어내고 핵심 TC본더 고객사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다른 HBM 제조사를 고객사로 모실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업체 간 생산능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월 13만장 규모의 HBM용 실리콘관통전극(TSV)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전년 대비 2.5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3배 규모의 증설을 통해 12만장 수준의 생산능력 확대가 예상된다.

HBM은 D램 칩 여러 장을 수직으로 쌓은 다음, 칩들을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제조 난도가 높아 생산능력을 확보하더라도 단기간에 수율(양품 생산 비율)을 높이기가 어려워 기존에 공급망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인정받는 장비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HBM3(4세대) 개발과 동시에 업계 표준이 확립되기도 전에 시장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제조 장비 공급망에서 SK하이닉스, 엔비디아와 연계되는 업체에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며 "실제 공정에서 활용되면서 쌓은 경험은 경쟁사 대비 한미반도체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향 장비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드래곤'과 '그리핀' 등으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1일에는 고객 사양에 맞춰 최신 기능을 더한 장비인 '타이거'를 출시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듀얼 TC본더 타이거'는 글로벌 반도체 고객 사양에 맞춰 최신 기술을 적용한 모델"이라며 "하이퍼 모델인 그리핀과 프리미엄 모델인 드래곤에 이어 엑스트라 모델인 타이거가 추가되면서 올해 매출이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