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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그룹이 내부적으로 투자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건설부문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부각된데 따른 것이다.
코오롱그룹은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인 가운데 업계는 사실상 새로운 인수합병(M&A) 등 당분간 코오롱의 투자시계가 멈췄다고 보고 있다. 계열사 지원 등 재무적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 여력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은 최근 전략적투자자(SI)의 지위로 반도체 분야의 중소기업 투자를 추진했으나 이를 철회했다. 그룹의 건설 자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의 부동산PF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로 그룹 차원의 투자 행위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그룹이 전략적투자자를 모집하던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이뤄지던 딜이 있었다”며 “그러나 건설사인 코오롱글로벌의 PF 리스크가 커지면서 코오롱의 투자가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실제 코오롱그룹의 투자활동은 줄어드는 추세다. 코오롱그룹의 지난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03억원으로 전년(-3014억원)보다 32.25%가량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규모가 작아질수록 그 만큼 현금을 투자 활동에 덜 투입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코오롱그룹의 투자로 인한 현금 유출액이 2022년보다 적었던 셈이다.
투자기업 발굴에 적극적이었던 기존 코오롱그룹의 움직임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간 코오롱그룹은 코오롱FnC를 통해 소셜벤처기업 '케이오에이(K.O.A)'를 인수하고 코오롱글로벌의 사업 확대를 위해 스마트팜 ‘올레팜’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업계는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투자 활동이 주춤한 것을 두고 재무 부담을 추가로 늘리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PF 부실 우려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코오롱 역시 계열사 지원 등으로 투자 여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19위인 코오롱글로벌은 부동산 PF 리스크가 높은 건설사 중 한 곳으로 거론돼 왔다. 자본 대비 많은 PF 규모와 높은 부채비율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올 1월 발표한 '이슈 건설사 PF 우발채무 점검' 레포트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의 PF 우발채무는 자기자본(5900억원)의 254%인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상위 건설사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태영건설이 374%로 가장 높았고 롯데건설 213%, 현대건설 122%, HDC현대산업개발 78%, GS건설 61% 정도였다. 시장에서는 우발채무 규모 탓에 코오롱글로벌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의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상황이 녹록치 않으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은 최근 코오롱글로벌의 자금 조달을 위한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코오롱이 코오롱글로벌의 채무상환을 책임지는 형태의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코오롱은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도 보강을 위해 자산유동화대출(ABL)과 유동화어음(ABCP) 투자자들과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이 코오롱글로벌의 채무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대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CDS 계약 프리미엄(일종의 수수료)을 받는 방식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코오롱의 우회 지원에 힘입어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바이오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코오롱의 재무적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코오롱은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의 미국 내 임상 3상 진행을 위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1041억원의 자금을 직접 지원했다.
시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큰 그룹 사정을 고려해 코오롱의 투자 활동이 활발하게 재개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코오롱그룹의 부채비율은 299.18%로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200%를 한참 웃돌고 있다. 부채총계는 약 3조9208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이 3550억원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부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코오롱그룹 측은 코오롱글로벌의 경영 상황과 관계없이 투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오롱글로벌의 경우 최근 대전 봉명 사업장의 본PF 전환에 성공하면서 우발채무 리스크 등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 철회는) 코오롱글로벌의 경영 상황과 관계가 없다”며 “각 투자는 코오롱글로벌의 상황과 무관하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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