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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유가 강세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와 이차전지 부진 속에 SK온은 내리 적자를 이어갔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전체 영업익 94% '석유화학'서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8조8551억원, 영업이익 6247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6.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3%다.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석유·화학 부문이 전체 SK이노베이션 실적을 견인한 모양새다. 석유와 화학 사업은 합산 매출 12조8548억원, 영업이익 591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68%, 영업이익의 94%가 석유화학 부문에서 나왔다. 석유사업은 재고 관련 이익, 화학사업은 벤젠 스프레드 개선에 따른 마진 상승 영향으로 각각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CFO) 부사장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강세로 에지·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석유사업 시황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CE+) 감산 지속과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이동 수요 개선 등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화학사업은 중국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에 따라 폴리에틸렌(PE) 및 폴리프로필렌(PP)의 스프레드가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못 면했지만 BEP 달성 목표 시점 '유지'
배터리사업 부문 자회사 SK온은 1분기에도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배터리사업 부문은 매출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 된 이후 지금까지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경쟁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지속 수익을 내며 안정 궤도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실탄을 잠식하고 있다. SK온이 적자에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 신용 공동체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 올 1분기 순차입금은 배터리사업 투자 지출 확대 영향으로 전년 대비 3조79억원 증가한 18조5744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계획된 9조원의 설비투자 비용 중 7조5000억원을 배터리 사업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SK온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로는 전기차 수요 부진, 경기 침체 장기화, 고금리, 판가 하락 등 복합 요소들이 거론된다. 해외 법인들의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른 가동률 저하도 이에 기인했다.
다만 SK온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판단 손익분기점(BEP) 달성 목표 시점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존처럼 올 하반기를 목표로 BEP 달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김경훈 SK온 CFO 부사장은 "고객사 재고 조정 완료에 따른 출하량 증가와 미국 판매 증가에 따른 AMPC 증가, 신차 라인업 확대 등 시장 환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400조 수주물량+APMC 확대+수율 안정화'…성장 발판 삼을까
그간 미리 확보해둔 대규모 수주 물량이 성장 발판이 될 전망이다. SK온의 지난해 말 수주 잔고는 400조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180조원)과 비교해 1년 만에 수주 잔고를 2배 이상 늘렸다.
SK온은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 EV6·EV9 △제네시스 GV60·GV70 △포드 F-150 라이트닝 △벤츠 EQA·EQB △폭스바겐 ID.4 등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포드 E-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 e트론 등 차종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고객사에 납품해야 하는 물량을 넉넉하게 확보했다는 건 미래 성장성과도 직결된다. 김경훈 부사장은 "고객사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CAPA) 증설의 탄력적인 운영을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업황 둔화 시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적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AMPC 45X)인 '텍스크레딧' 385억원이 포함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할 경우 일정 부분 세금을 공제한다. 김 부사장은 "1분기에는 재고 소진 효과로 예상보다 낮은 미국 판매가 이뤄졌으나 2분기부터는 미국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AMPC 금액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그간 발목을 잡던 수율(생산품 대비 완성품 비중)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동 초기 SK온 미국 생산공장은 70∼80%대 수율을 나타냈다. 이후 SK온은 수율 안정화를 최대 과제로 잡고 공정 개선을 추진해왔다. 현재 SK온 전 법인의 수율이 90% 초중반대 수율을 유지 중이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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