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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 재무통' 정순욱 동국제강 CFO, 지주사 전환 '일등공신'

Numbers_ 2023. 9. 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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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국내 최초 민간 철강회사'로 출범한 동국제강이 창사 69주년을 맞이한 올해 기념비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동국홀딩스를 필두로 동국제강(열연)과 동국씨엠(냉연) 3개사로 분할 출범했기 때문이다.

올 6월 기업 분할이 완료됐으며 이달 27일로 예정된 공개 매수 방식의 현물 출자 유상증자를 마무리 지으면 동국제강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된다. 이같은 지주사 전환의 중심에는 정순욱 동국제강 재경실장(CFO)이 있다. 동국제강 재경실은 2014년 유동성 위기 이후 재무건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0년 전부터 지주사 전환 기틀을 다져온 셈이다.

앞서 동국제강은 지난 2014년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실제로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2013년 247.80%에 달했다.

정순욱 동국제강 CFO. (사진=동국제강)


정순욱 CFO의 역량은 유동성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얼마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실제로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정 CFO가 자금팀장을 맡았던 2016년을 기점으로 200% 아래로 떨어졌다. 그가 재경실장 자리에 오른 2020년 153.65%, 2021년 127.65%에 이어 2022년  96.29%로 하락했다. 

 

자금팀 막내서 재경실장까지 '25년'…"따뜻한 리더상 대표격"

 

정 CFO는 동국제강의 어려웠던 시기와 지주사 전환으로 인한 '제2의 도약' 시기를 모두 겪고 있는 정통 '동국제강맨'이다. 입사 때부터 25년 이상 재무 부서에서만 근무하며 재경 전문가로 회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정그는 1997년 동국제강 입사해 본사 관리부 자금팀에서 근무했다. 2016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경영관리담당 자금팀장에 올랐으며 2020년부터 지금까지 동국제강 재경실장 역할을 수행중이다.

동료 임직원들에 따르면 그는 '성실함’을 가장 좋은 덕목으로 꼽고 있으며 '작은 노력도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철학으로 업무를 추진해왔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파트장-팀장-최종결정권자 등으로 이뤄진 수직적인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실무자가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처음 구축했다. 이는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 구축으로 업무 효율화을 높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또 임원 승진과 동시에 탈권위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동국제강 내부 관계자는 "휴직이나 병가에 들어간 직원들에게 항상 꽃이나 음식들을 챙겨서 보내줬다"며 "직원 부인이 출산을 할 경우 본인이 직접 사비로 꽃바구니, 과일 등을 챙겨보내는 등 소탈하고 따뜻한 리더십을 지녔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소그룹으로 회식을 한적이 있었는데 회가 메뉴로 나왔다. 사실 제가 회를 못먹는데 실장님께서 놀랍게도 그걸 기억하시고 메뉴를 바꿔주셨다"며 "사실 직원 개개인의 취향까지 기억하기 쉽지 않는데 그런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고 회상했다.

 

지주사 전환 과정서 역량 입증…'A' 신용등급 숙제

 

정 CFO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안정적인 분할의 실현은 CFO의 재무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동국씨엠 냉연쪽이 시황이 조금 어려우니 동국제강이 부채를 좀 더 받아줬줬는데 이는 조직 차원에서 정순욱 CFO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실행 부담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정적인 신용등급 획득은 정 CFO 과제로 남는다. 올 6월 사업 분할 이후 동국제강그룹의 새로운 신용등급은 3사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 공시도 쪼개졌다. 동국제강은 분할 시점 주력 회사 신규 평가를 앞두고 현 등급을 유지하거나 혹은 하락해도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2016년 BB+에서 2018년 BBB- 2020년 BBB, 2022년 3분기 BBB+(안정적)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장세욱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내리고 신용등급 A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부채비율 개선은 이미 달성됐다. 남은 숙제는 높은 신용등급 획득과 현물 출자 유상증자의 안정적인 마무리다.

 

조재훈 기자 c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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