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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장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공시·이행하도록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주기적 지정 감사 면제 심사 시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기존 발표안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코스피시장과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보다 더 큰 반대급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 발전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금융당국의 청사진에 각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상장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에서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사업 부문별 투자,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 기업가치 제고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을 권장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금융업이나 지주회사같이 설비투자가 없는 업종과 유지보수 등이 필연적인 제조업은 다르다"며 "국가전략기술이나 신성장원천기술에 세제 혜택을 준 것처럼 주주환원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특정 지표에 너무 매몰되면 불필요한 낙인효과가 생겨 기업이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천 부사장은 "CJ제일제당은 식음료 업계 최초로 분기배당을 했고 주주환원을 늘리고 있다"며 "실무적으로는 분기보고서 4번, 기업지배구조보고서 4번, ESG 공시에 더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평가받는 것이 상당한 부담인 만큼 보고서 공시를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코스닥 상장사 대표 격으로 참여한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은 코스피 상장사에 비해 열악한 실정임을 금융당국이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실장은 "물적·인적자원이 코스피 기업보다 적은 코스닥 기업이 자본을 환원할 때 인센티브가 상당히 강력하게 주어져야 한다"며 "당사는 물론 다른 코스닥 기업들도 투자자와 소통하기 위한 공시 및 기업활동(IR)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을 고려해 육성 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기업은 의료기기와 반도체업을 함께 영위하는데 산업 특성에 맞는 그룹화를 정부 대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코스닥 기업의 가치를 발굴할 수 있지만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증권사 커버리지에 해당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제화하지 않고 자율화하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법은, 기업의 개별 특성이 다양한 만큼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필요한 내용을 선별·추가해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이행·소통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러한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형식적이고 투자자 입장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계획이 수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과 달리 증권 매매시장에서 '저평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가치가 다르다는 데서 찾았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의 이슈를 중요하게 봐야 기업 밸류업이 증시 밸류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일반주주의 이익과 지배주주의 이익을 어떻게 얼라인(일치)시킬지에 대한 기술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중 확정·발표될 계획이다. 이에 맞춰 기업 밸류업 통합 홈페이지, 투자지표 비교 공표, 이사회 및 공시담당자 대상 안내·교육 프로그램,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과 영문번역 지원 등도 개시된다.
이후 준비되는 기업부터 차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 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주관으로 지역 소재 기업을 찾아가는 릴레이 설명회가 예정돼 있으며, 코리아밸류업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도 차질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역시 구체적인 검토가 끝나는 대로 발표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년간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상장기업의 밸류업 노력이 더해져 우리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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