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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SSG닷컴' 다음은 컬리?… C커머스 후폭풍 '이커머스· FI' 풋옵션 갈등 어디까지

Numbers_ 2024. 5. 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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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SSG닷컴' 다음은 컬리?… C커머스 후폭풍 '이커머스· FI' 풋옵션 갈등 어디까지

신세계그룹과 SSG닷컴의 재무적투자자(FI)가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두고 갈등을 겪으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은 국내 이커머스기업의 향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 이커머스기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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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컬리


신세계그룹과 SSG닷컴의 재무적투자자(FI)가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두고 갈등을 겪으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은 국내 이커머스기업의 향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 이커머스기업과 투자자간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다음 타자로는 ‘컬리’가 거론되고 있다.

 

C커머스 공습 '밸류 뚝’…기업-FI 갈등 잇달아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현재 SSG닷컴 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과 풋옵션 관련 주주간계약 유효성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어피너티·BRV캐피탈은 SSG닷컴에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각각 15%씩 보유하고 있다. 당시 SSG닷컴은 FI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계약서에 풋옵션 조항을 넣었다. SSG닷컴이 지난해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 이상 달성하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FI가 보유한 주식을 신세계그룹이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양측은 풋옵션 관련 주주간계약 유효성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I 측은 SSG닷컴이 두 가지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해 신세계그룹이 주식을 되사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거래액에 상품권 거래액 등이 포함돼 과다 계상된 데다 단순 상장 주관사 선정을 IPO가 가능한 ‘의견서’로 볼 수 없다는 의견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이미 해당 조건들을 충족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타협 차원에서 기존 FI의 일부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최근 복수의 FI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측과 FI의 갈등의 원인은 이커머스시장 침체 영향으로 제때에 SSG닷컴을 상장하지 못한 가운데 투자자 엑시트(회수) 시점이 도래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기IPO를 준비하던 이커머스기업들은 원하는 몸값을 인정 받기 힘들어지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국내 이커머스기업이 팬데믹 이후 호황이 끝나고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쿠팡과 네이버가 굳건한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데다 알리,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기업의 등장으로 출혈 경쟁이 지속돼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

또다른 이커머스기업인 11번가도 지난해 9월 30일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서 콜앤드래그(call and drag) 계약이 행사됐다. FI가 SK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도록 하되(드래그얼롱) 이 전에 SK그룹이 지분을 다시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SK스퀘어는 11번가 FI인 나인홀딩스컨소시엄 보유 지분 18.18%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됐다. 자본시장에서 콜옵션 행사는 암묵적인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컬리, FI와 갈등 피할 수 있을까?


국내 이커머스기업이 투자자 측과 잇달아 갈등을 겪자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다수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부터 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상장이 미뤄지고 있는 컬리 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컬리는 2022년 8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지난해 2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했지만 같은 해 1월 자진 철회했다. 2022년부터 증시 부진으로 공모주가 잇달아 흥행에 실패한 데다 기업가치가 사실상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컬리는 현재 투자자인 앵커PE (10.87%), 힐하우스캐피탈(10.32%), 세콰이어캐피탈(8.85%), DST글로벌(8.83%) 등의 FI가 주요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슬아 대표이사는 컬리 지분 5.91%를 보유하고 있다. 컬리는 2021년 11월 앵커PE 등의 FI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당시 4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지난해에는 2조5000억원 몸값에 1200억원을 수혈받으며 두 번의 투자 유치 당시 앵커PE로부터 인정받은 기업가치의 평균치는 3조원대 초반이다. 그러나 컬리의 현재 기업가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준에서도 밀려났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컬리의 이날 기준 추정 시가총액은 6122억원 수준으로 주당 거래가격은 1만4500원이다. 상장 추진을 시도했던 2021년 12월 10일 기준 주당 11만9000원에 거래되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컬리는 또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1969억원의 순손실을 내고 있는 등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결손금은 2조2615억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컬리 FI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만큼 업계에서는 11번가, SSG닷컴과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 역시 11번가 등의 이커머스기업과 똑같은 과정으로 경영권이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C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업체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이커머스시장은 FI 입장에서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내거나 엑시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이로 인해 사측과 FI의 갈등이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FI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을 당시 풋옵션 또는 콜옵션 등과 상장 시점을 명시한 계약 조항이 없는데다 투자금을  받은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컬리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이커머스기업과 달리 투자유치 관련 조건이 없어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FI로부터 대형 투자를 받은지 3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IB업계가 우려하는 흐름으로 진행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