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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롯데손보에 오버페이 감수 안하는 속사정은

Numbers 2024. 5. 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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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롯데손보에 오버페이 감수 안하는 속사정은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이름을 내밀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면서도 공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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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 제공=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이름을 내밀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면서도 공식적으로 "오버페이는 없다"고 밝힌 데 대해 관심이 쏠린다. 우량 자회사 지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연결 기준 실적도 향상된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의 경우 우량한 보험사를 인수해야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이 실리게 된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전에서도 우리금융지주는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있었지만 '급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은 롯데손보의 매력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내달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를 저울 중이다. 지난달 23일로 마감된 롯데손보 예비입찰에는 이미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다.

우리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다. 금융업이 사실상 라이센스 사업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선 보험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를 천명하면서 최근 포스증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부문 실적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KB금융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리딩금융그룹 경쟁에 가담했다. 신한금융도 2018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로 리딩금융 왕좌 방어에 나서왔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면서 현재까지도 1·2위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하나금융지주와 2년여 전까지만 해도 매 분기마다 3·4위전을 벌여왔다. 다만 역설적으로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은행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반짝 효과를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장이 어려울 때 은행의 안정적인 영업 덕분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 하나금융의 경우 증권·카드 등의 실적이 발목을 잡았던 기간이었고,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다시 우리금융을 제치면서 3위를 지켜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을 보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간 격차는 2022년 각각 3조6394억원, 3조3240억원을 거두면서 3154억원까지 좁혀졌다. 지난해의 경우 하나금융 3조4684억원, 우리금융 2조6269억원으로 격차는 8415억원까지 벌어졌다. 올 1분기에는 하나금융 1조416억원, 우리금융 8389억원으로 2027억원의 격차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보 인수전에서 미진한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롯데손보의 애매한 시장 위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손보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더라도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면서 신한금융을 제쳤을 당시나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로 리딩금융그룹 왕좌를 되찾아왔을 당시처럼 단박에 하나금융지주를 제칠 만한 덩치의 매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올 1분기 기준 롯데손보는 순이익을 409억원을 거뒀다. 매각 대상 지분율 77%만큼 단순 합산한다면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8339억원에서 315억원 정도 늘어나는 수준에 그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쟁탈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섰던 계열사들이 각각 피인수 되기 전부터 업권 내에서 이미 공고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LIG손보는 KB금융에 인수되기 전부터 업권 내 4위권을 유지해왔고, 현대증권 역시 증권업계 빅5 매물이었다. 생보업계 8위권이었던 ING생명의 경우 생보업계에서 만년 7위권이었던 구 신한생명과의 합병을 통해 빅4까지 오르게 됐다.

롯데손보의 시장 내 위치를 보면, 국내 손해보험업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빅5가 독식하는 구조다.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5개사가 84.2%를 차지한다. 반면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은 2.3%다. 

다만 우리금융 입장에선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릴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은 임 회장의 고민을 깊게 한다. 최근 우리금융이 인수를 마무리한 포스증권도 마땅한 증권사 매물이 없는 가운데 계열사인 우리종금과의 합병을 통해 중형 증권사로 출범하기로 한 것도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민영화 전 우리투자증권을 보유했던 우리금융지주의 위상을 고려하면 체급 자체가 작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A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 가운데 상대적으로 롯데손보가 그나마 상위 회사인 점 때문에 본입찰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