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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지주사 주식 '130억' 매입한 까닭은

Numbers_ 2024. 5. 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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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지주사 주식 '130억' 매입한 까닭은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지주사 HD현대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그룹 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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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지주사 HD현대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그룹 지주사 HD현대 주식 3만9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이달 2일부터 이날까지 열두 차례에 걸쳐 HD현대 주식 총 15만6848주를 사들였다. 시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정 부회장의 매입 규모는 1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기존 5.26%에서 5.51%로 0.25%p 늘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 경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그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지난 1988년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치권에 진출한 이후 약 35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 이사장은 10% 남짓한 지분을 가진 대주주일 뿐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권오갑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도맡았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HD현대를 꼽기도 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2022년을 기점으로 HD현대는 변곡점을 맞았다. 정 부회장의 존재감이 한층 뚜렷해졌다. 2023년 인사에서 권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끈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암시했다. 30년 넘게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종결하고 '오너 3세' 정 부회장 중심 가족경영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동일인(총수)은 아직 정 이사장이지만 정 부회장의 책임 경영 의지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정 부회장은 겸직 임원 계열사를 늘렸다. 정 부회장이 임원으로 등재된 회사는 지주사 HD현대를 포함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총 5곳인데 모두 그룹 핵심 계열사다. 이들 계열사가 각각 영위하는 조선(HD한국조선해양), 정유·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건설기계(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업은 그룹 삼각편대로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부문 자회사를 뒀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케미칼, HD현대쉘베이스오일, HD현대OCI 등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정 부회장이 사실상 HD현대 모든 사업에 관여하는 구조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에서 5번째)이 이달 8일 열린 HD현대마린솔루션 코스피 상장기념식행사에서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거래소


정 부회장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 겸직 임원을 맡은 것도 책임 경영 일환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부회장이 출범을 주도하며 남다른 애정을 가져온 회사로 알려졌다.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 평가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에게는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그룹은 2017년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지주사 HD현대 중심 지배구조를 쌓았다. 부친인 정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HD현대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5.51% 수준인데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거나 매집을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난관이 많다. 정 부회장이 부친의 지분을 원활히 증여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증여세는 6000억∼7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