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PE

NHN, 11번가·SSG닷컴과 '옵션 이행 신뢰도' 달랐다

Numbers_ 2024. 5. 26. 22:18

▼기사원문 바로가기

 

NHN, 11번가·SSG닷컴과 '옵션 이행 신뢰도' 달랐다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인 NHN이 자회사 NHN커머스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되사며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온전히 돌려줬다. 그간 투자자와의 풋·콜옵션 계약 이행 여부를 두고 갈등을 보였던 다

www.numbers.co.kr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NHN 사옥 '플레이뮤지엄'. /사진 제공=NHN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인 NHN이 자회사 NHN커머스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되사며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온전히 돌려줬다. 그간 투자자와의 풋·콜옵션 계약 이행 여부를 두고 갈등을 보였던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과 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IT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N은 올해 초 NHN커머스 FI인 케이비글로벌커머스 사모투자조합의 지분(9.47%)을 다시 사들였다. KB증권 등으로 구성된 케이비글로벌커머스 사모투자조합은 지난 2021년 NHN커머스의 400억원 수준 유상증자에 투자를 단행한 주요 주주였다. 현재 NHN의 NHN커머스 지분율은 86.21%로 파악된다.

NHN이 NHN커머스 FI의 지분을 다시 사들인 까닭은 투자자들과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른 것이다. 2021년 NHN커머스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적격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90일 이내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NHN은 계약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원금(400억원)에 추가 이자를 더해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풋옵션 계약 당시 투자원금에 대한 연복리 2.5%를 가산한 금액을 요청할 수 있도록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 측의 원금 손실은 없다.

NHN이 FI와의 갈등없이 계약대로 투자금을 돌려주면서 시장에서는 투자자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투자자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것과는 구분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과 SSG닷컴의 FI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놓고 갈등 조짐을 보여 이슈가 된 바 있다. 신세계그룹과 FI측은 풋옵션 관련 주주 간 계약의 유효성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FI 측은 SSG닷컴이 신세계그룹이 주식을 되사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SG닷컴이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 이상을 달성하지 못한 데다 기업공개(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계약에 따라 FI가 보유한 주식을 신세계그룹이 매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이미 해당 조건들을 충족해 지분을 매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협상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협상 차원에서 FI에게 일부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최근 복수의 FI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과 투자자의 갈등은 앞서 한 차례 더 수면 위에 오른 바 있다. 11번가가 FI와의 계약대로 지난해 9월30일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하며 콜앤드래그(call and drag) 계약이 행사되면서다. 콜앤드래그 계약은 FI가 SK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도록 하되(드래그얼롱) 이전에 SK스퀘어가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SK스퀘어는 11번가 FI인 나인홀딩스컨소시엄 보유 지분 18.18%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됐다. 자본시장에서 콜옵션 행사는 암묵적인 관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업황 부진 등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상장이 지연돼 투자자와의 풋·콜옵션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이 가운데 NHN은 투자자와의 갈등 없이 투자금을 돌려준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투자자들로부터 재차 투자유치를 진행해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HN커머스는 상장 기한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서 당분간 기업가치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NHN 측은 지난해까지 커머스 부문 상장을 올해 중으로 계획했으나 올해는 기업가치가 제대로 책정될 수 있는 시점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HN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올해 초 풋옵션 행사 절차가 진행됐다”며 “NHN커머스는 현재 지속적인 경영 효율화와 체질 개선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가시적인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NHN커머스는 해외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이커머스 플랫폼 '에이컴메이트' 등의 자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커머스 기업 ‘아이코닉(Ikonic)’의 지분 77.8%를 인수하며 유럽 지역에 거점을 마련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