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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③ 승계·후계 구도 언급됐는데..."프로젝트-G, 이재용 승계계획안 아니다"

Numbers 2024. 5. 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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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③ 승계·후계 구도 언급됐는데..."프로젝트-G, 이재용 승계계획안 아니다"

자본시장 사건파일'프로젝트-G(Governance)' 문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 제시된 핵심 증거였다. 검찰은 프로젝트-G에 '승계 및 계열 분리 대비', '대주주 지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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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그래픽=박선우 기자, 자료=게티이미지뱅크·뉴스1

 

'프로젝트-G(Governance)' 문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 제시된 핵심 증거였다. 검찰은 프로젝트-G에 '승계 및 계열 분리 대비', '대주주 지분율 강화', '후계 구도'가 언급된 점 등에 비춰 해당 문건은 이 회장의 승계계획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프로젝트-G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문건은 이건희 회장 사망 시 막대한 상속세 납부에 따른 지분 감소,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 순환출자 등 외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지분율 변화에 대응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일 뿐"이라고 했다.

프로젝트-G를 '구체적인 실행을 전제로 한 확정된 승계계획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검찰 측 주장이 힘을 잃었다.

재판부가 위와 같이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지 '프로젝트-G'에 대해 알아봤다.

 

규제 강화 예상되자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 검토

 

프로젝트-G는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무렵에 작성됐다. 당시 대선 후보들이 순환출자 규제,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공약을 내면서 규제 강화가 예상됐다. 이에 미래전략실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 검토 TF(태스크포스)'가 그룹 지배구조상 문제점,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해 정리했다.

TF가 파악한 문제점은 △에버랜드(19.3%)-삼성생명(7.2%)-삼성전자의 금산결합 구조에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1대 주주가 되는 경우 금융지주회사가 될 수 있는 점 △삼성전자(20.4%)-삼성SDI(7.4%)-삼성물산(4.1%)-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 등 총 70여개의 순환출자가 존재하는 점 등이었다.

이때 TF가 검토한 방안 중 하나가 에버랜드(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와 삼성물산의 합병이었다. TF는 합병 시기와 관련해 에버랜드 상장이 전제돼야 하고 대주주의 에버랜드 지분율 향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또한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의 지배력이 제고되고 에버랜드 일감몰아주기 등이 해소된다는 내용도 검토했다.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프로젝트-G와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그룹 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 문건에서도 언급됐다. '에버랜드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이 가능하지만 에버랜드 상장이 선행돼야 하므로 2014년 이후 추진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TF 관계자 "승계 언급은 상속 대비하자는 취지" 진술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기업집단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업 조정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라며 "프로젝트-G 문건은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 강화 등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차원에서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라고 했다.

우선 프로젝트-G의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 부분에 '대내적 필요성: 승계 및 계열 분리 대비'가 기재돼 있긴 하지만, 재판부는 지배구조 검토 TF 관계자들의 진술에 비춰볼 때 해당 문건을 승계계획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TF에서 활동한 A씨는 검찰에서 '이건희 회장이 증여하거나 사망할 경우 세금으로 인해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다른 TF 관계자도 '승계라는 표현 자체가 상속을 대비하자는 취지로 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프로젝트-G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 방향을 금산분리,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로 구분해 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G가 확정된 승계계획안이라면 그 핵심인 에버랜드 상장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해당 문건으로 결정됐다고 봐야 하지만 정황상 그렇게 판단하기도 힘들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지난 2014년 7월 작성된 한 문건에는 '(합병은) 내년 하반기 추진이 가능하나 여러 변수가 많아 시간을 두고 결정한다'고 기재돼 있었다. 합병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또 다른 문건도 있었다.

 

재판부 "프로젝트-G, 약탈적 불법 합병 계획했다고 볼 증거 없어"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검찰은 프로젝트-G에 대해 에버랜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주를 희생시키는 약탈적 불법 합병 계획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합병 전 에버랜드 상장, 상장·합병 전 준비사항으로 에버랜드 기업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봤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래전략실 관계자 진술 등을 고려해 "당시 미래전략실이 합병가액을 두고 외부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에버랜드 상장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검찰에서 '비상장회사의 경우 합병 시 기업 가치 평가를 해야 하는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은 논란의 소지가 많아 그룹 자체적으로 상장 회사와 비상장 회사 합병을 계획할 때는 비상장 회사를 먼저 상장하는 것을 전제로 검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정에서 '비상장법인의 합병 비율은 회계법인이 별도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슈가 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 다 상장한 다음 합병한다는 전제를 깔고 검토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재판부는 "프로젝트-G에는 에버랜드 기업가치 향상 방안으로 바이오사업 성과의 가시화, 에버랜드 토지 개발 및 기존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가 제시돼 있는데, 이는 통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실제 제고된 가치만큼 시장에서 평가받고 에 따라 정해진 합병 비율로 합병하겠다는 것을 두고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4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