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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 '에버랜드'에 주목했다. 이 회장의 그룹 승계 기반이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마련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룹의 신수종 사업(미래 산업을 이끌 유망한 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에버랜드가 맡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회장은 원래 삼성전자가 하기로 돼 있던 성공이 보장된 바이오사업을 (에버랜드에) 밀어주고 이를 통해 '이재용-에버랜드-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당시 에버랜드가 바이오 사업을 하게 된 건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에버랜드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 회장에게 유리한 비율로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바이오 사업을 밀어줬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구체적인 재판부의 판단을 살펴봤다.
에버랜드, '바이오 사업' 참여에 적극적..."성장성 확보 차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지난 2010년 5월 사장단 회의를 거쳐 5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의료기기를 발표했다.
그런데 바이오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른 4개 사업의 사업 주체가 정해질 동안 바이오사업은 사업추진팀을 신설해 사업화를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신사업추진단이 삼성전자 사장단 등을 상대로 간담회를 개최해 방안을 논의했지만 삼성전자는 바이오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당시 삼성전자 사장)은 검찰에서 '바이오사업 추진에 반대했다', '바이오사업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렵게 번 돈을 함부로 쓰기 어려웠다. 내 사업이라는 생각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 사장도 '당시 삼성전자 사장단들이 반대가 심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삼성 계열사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와중에 에버랜드가 바이오 사업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사장은 검찰에서 '에버랜드 사장 A씨가 성장성 확보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있었다', '신사업추진단장과 상의했는데 당시 투자 의향이 있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투자 주체를 구성하자고 하여 1, 2, 3안을 만들어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2010년 12월 신사업추진단은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바이오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 회장 등에게 보고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측은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결국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당시 에버랜드 전략기획팀장이었던 B씨가 검찰에서 '바이오 사업 추진은 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A씨(당시 에버랜드 사장)를 통해 에버랜드가 로직스의 주주사로 결정됐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이 회장 등의 전단적(혼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 결정으로 에버랜드가 바이오 사업의 출자 주체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위치상 그가 A씨와 신사업추진단의 논의 경과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B씨 진술의 취지는 바이오 사업 추진과 관련해 이 회장 및 삼성전자 측은 난색을 표하고 에버랜드 측에서는 적극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추진단의 조율을 통해 그룹 전체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 추진 여부 및 주체가 결정되었다는 의미로 진술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로직스 설립 당시 에버랜드를 로직스의 최대주주로 만들 계획이 수립됐다는 검찰 주장 역시 "그 실행이 명백히 예정된 구체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이 회장, 에피스 출자 주체 변경"...재판부 "삼성전자 입장 등 고려"
재판에서는 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출자 주체가 된 배경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사인 에피스는 지난 2012년 2월 로직스와 미국 제약업체인 바이오젠의 합작 투자로 탄생했다.
검찰은 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전자 출자로 계획돼 있었으나, 이 회장의 지시로 갑자기 로직스로 출자 주체가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애초 삼성전자로 정해졌던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보다 △바이오 사업 투자에 주저하던 삼성전자의 입장 △출자 주체에 대해 김태한 전 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에피스 대표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이 회장이 로직스가 출자 주체가 되는 것을 검토하라고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검찰에서 '기회가 있을 때 에피스를 로직스의 자회사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고 대표는 반대로 에피스를 로직스의 형제 회사로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고 대표는 '김 전 사장 등에게 에피스가 향후 제품 개발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삼성전자로부터 출자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여러 번 제시했다'고 진술하는 등 당시 양측은 출자 주체에 대해 입장이 달랐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11월 이 회장이 '합작 시 출자 주체는 로직스가 주체가 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지시했고, 바이오사업팀과 미래전략실의 의견 조율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바이오사업팀과 미래전략실의 검토를 거쳐 당시 삼성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에게 출자 방안이 보고됐다"며 "(이와 같이) 에피스의 출자 주체가 최종 확정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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