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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주인 바뀐 상상인인더스트리, 오버행 쓰나미 덮칠까

Numbers_ 2024. 5.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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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주인 바뀐 상상인인더스트리, 오버행 쓰나미 덮칠까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체인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경영권 변동 시점에서부터 구주 인수 주체들이 여러 곳이었던 딜 구조는 리스크로 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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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인더스트리의 해상크레인. / 사진=상상인인더스트리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체인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경영권 변동 시점에서부터 구주 인수 주체들이 여러 곳이었던 딜 구조는 리스크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과거 운영자금 등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잇따라 보통주로 전환되며 유통주식수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상인인더스트리의 13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전환에 따라 신규 상장될 주식은 29만1300주로 약 4억원에 달한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다음달 14일이다.

지난달에는 60억원어치인 450만8776주가 시장에 출회됐다. 발행주식총수의 20%에 달하는 물량이 풀린 것이다. 총 3차례에 걸쳐 13회차 CB와 14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으며 같은 달 26일 일제히 주식으로 전환됐다. 이번 행사 물량이 상장하는 다음달 14일이 되면 상상인인더스트리의 발행주식총수는 2901만2498주로 올해 1분기 대비 27% 늘어나게 된다.

13회차 CB와 14회차 CB는 지난해 4월 7일 동시에 발행됐다. 전환가액이 각각 1320원, 1328원으로 산정됐지만 상향 리픽싱(전환가액 조정)도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탓에 주가 상승에도 동일한 전환가액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13회차 CB 인수자는 재무적투자자(FI)인 ‘시너지 턴어라운드2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14회차 CB는 이인섭 상상인저축은행 대표, 이정수 상상인증권 IB본부장, 제갈태호 상상인 부사장 등 당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회사의 경영권이 변동된 만큼 이들 또한 더 이상 회사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상황이다. 14회차 CB 또한 언제든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상상인인더스트리 14회차 CB 인수 내역. /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재 상상인인더스트리에는 이외에도 투자조합을 비롯한 다수 기관 투자금이 집결한 상태다. 앞서 3월 27일 최대주주가 ‘상상인선박기계 외 4인’에서 ‘스피어파워’로 됐다. 스피어파워는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406만2976주의 신주를 주당 1969원에 인수했고, 지분율 최대주주에 올랐다.

단순한 유상증자 방식의 인수합병(M&A)은 아니었다.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던 3월 13일 이사회에서 100억원의 15회차 CB 발행 안건도 함께 의결했다. 인수자는 켑스톤에셋투자조합이다. 여기엔 제3자가 발행 규모의 50%까지 매입할 수 있는 매도청구권(콜옵션)이 포함됐다. 제3자가 콜옵션을 통해 CB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최초 전환가액(2221원) 기준 회사의 보통주 225만1238주(11.99%)를 취득할 수 있다. 해당 CB의 발행일은 이달 31일이다.

상상인인더스트리 이사회의사록 발췌. /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존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최대주주가 보유했던 물량이 추적 불가능한 깜깜이 지분이 됐다는 점도 오버행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스피어파워가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한 날 기존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을 모두 다수의 기관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도 완료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래티에스가 가장 많은 물량인 328만주를 인수하고, 컬러드인베스트먼트투자조합(248만주), 스피어파워조합(184만5662주), 어드벤쳐스1호조합(160만주), 삼일오조합(61만3088주) 순으로 최대주주 지분을 양수했다. 양수도대금은 총 244억원이다.

문제는 이들 인수주체가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먼저 미래티에스는 인수 당일 모든 지분을 장외에서 매도했다. 10만주 단위로 분산 매도한 탓에 해당 지분이 어디로 흘러갔는 지는 알 수 없다. 또 컬러드인베스트먼트투자조합은 상상인인더스트리 지분 인수 이후 조합원들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지분을 현물로 배분했다. 해당 지분은 적게는 24만여주, 많게는 74만여주로 개인들에게 돌아갔다. 이 지분 또한 5% 미만으로 쪼개져 보고의무가 없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 상상인인더스트리 측에 오버행 이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