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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공습'... 풋옵션으로 골치아픈 신세계, 한숨 돌린 롯데글로벌로지스

Numbers_ 2024. 6. 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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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공습'... 풋옵션으로 골치아픈 신세계, 한숨 돌린 롯데글로벌로지스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SSG닷컴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습 앞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알리와 테무의 국내 시장 안착은 경쟁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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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모두 FI와 풋옵션 계약을 맺은 상태다. IPO가 미뤄지고 투자금 회수 기간이 도래하자 풋옵션 발동 리스크를 맞이한 가운데 C커머스의 유입이 두 기업의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다. (자료=각 사)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SSG닷컴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습 앞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알리와 테무의 국내 시장 안착은 경쟁 심화를 유발하며 SSG닷컴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 풋옵션 갈등을 부추겼으나 C커머스의 국내 진출로 인해 택배 물량을 추가로 확보한 롯데글로벌로지스에겐 풋옵션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SG닷컴의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각각 FI로부터 풋옵션이 걸려있는 상태다. 여기서 풋옵션은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대주주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주간계약 시 FI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심은 안전장치인 셈이다. 


풋옵션으로 골치 아픈 신세계·롯데


먼저 SSG닷컴의 FI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이다.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 두 번에 걸쳐 총 1조원을 투자해 SSG닷컴 지분을 15%씩 확보했다. 이때 풋옵션 조건으로 2023년까지 SSG닷컴이 총매출(GMV) 5조1600억원을 넘거나 복수의 증권사로부터 IPO(기업공개) 가능 의견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풋옵션이 발동된다면 이달 1일부터 2027년 4월 안에 신세계그룹은 1조원 규모의 지분을 되사야 한다.  

다만 이를 두고 신세계그룹과 FI 측 입장이 엇갈렸다. 신세계그룹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주장했고 FI는 반박했다. GMV의 경우 상품권 판매 등 중복 계상이 이뤄져 실질적으론 주주간계약 요건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FI 주장이었다. IPO 가능 의견서 역시 SSG닷컴이 상장주관사를 선정한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봤다. 1조원이 걸린 만큼 양측 모두 팽팽히 맞섰다. 다만 풋옵션 기한이 3년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세계그룹만큼의 소동은 없었지만 리스크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46.04%)는 2대주주이자 FI인 엘엘에이치(21.87%)에 풋옵션 연기를 요청했다. 엘엘에이치는 이를 수용하고 기존 지난달 4월13일부터 1개월간 유효했던 행사 기간을 내년 1월13일부터 1개월간으로 미뤘다.  

앞서 엘엘에이치의 풋옵션 행사 시기는 두 차례 미뤄진 바 있다. 최초 계약상 행사 기한은 2021년 4월~5월이었으나 지난해 4월까지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후 지난해 3월 롯데지주가 이사회를 통해 올해 4월로 1년 더 늦췄다. 이번이 세번째 연기다.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IPO 연기를 요청하거나 엘엘에이치가 풋옵션 연기를 요청할 경우 최종적인 풋옵션 행사 시기는 내년 4월~5월이다.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고 IPO에 성공해야 한다. 상장하지 못하고 풋옵션이 발동될 경우 롯데지주는 연 복리 3%를 적용해 엘엘에이치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엘엘에이치의 투자밸류는 현시점 기준 1.6조원대로 알려졌다. 다만 IPO에 성공하더라도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격에 미달한다면 롯데지주는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만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1순위 과제가 밸류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C커머스 앞에서 희비 교차


두 기업의 표정은 C커머스의 공습을 두고 엇갈린다. 결국 SSG닷컴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풋옵션 리스크가 거론되는 이유는 투자자가 기대했던 기업가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엑시트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 C커머스가 이를 가속화할 수도, 돌파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C커머스는 신세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SSG닷컴은 2019년 출범 이래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커머스 경쟁 과열로 실적 개선이 더욱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FI가 기대하는 만큼의 기업 가치를 달성하는 것도 당연히 녹록지 않단 평가다.  

더군다나 이커머스 고유의 특성은 진입 장벽이 낮고, 소비자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아탈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쿠팡마저 올해 1분기 C커머스 쇼크로 인해 실적이 주춤했는데, 하물며 SSG닷컴은 어떻겠냐는 게 업계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SSG닷컴의 수익성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며 “FI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은 차치하고서라도 C커머스 공세 속에 입지가 오히려 위태롭다”고 평가했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커머스로 숨통이 트였다. 최근 알리의 경쟁 입찰에 참여해 택배 물량 일부를 따면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중국 이커머스 물량을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테무 역시 경쟁 입찰을 진행 중이어서 입찰 제안서를 받는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입장이다.  

늘어난 택배 물량은 회사의 외형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실제 알리 물량의 80%가량을 전담했던 CJ대한통운의 경우 올해 1분기 이커머스사업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13% 증가한 682억원을 거두기도 했다. 같은 기간 테무를 전담한 한진의 매출액 역시 지난해 6751억원보다 5.5% 증가한 7122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C커머스의 유입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엔 독, 택배 업계엔 득“이라며 “SSG닷컴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FI의 투자금 회수를 도와야 하는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