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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으로 우회 상장하려는 기업들…고평가 논란 해결될까

Numbers_ 2024. 6. 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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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으로 우회 상장하려는 기업들…고평가 논란 해결될까

최근 국내 증시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상장 첫날 100% 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스팩 소멸 합병 방식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고평가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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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스팩 소멸 방식 상장사 매출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근 국내 증시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상장 첫날 100% 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스팩 소멸 합병 방식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한 스팩은 총 16개다. 전년 동기(11개)보다 5개 많은 수준이다.

스팩이란 영업 활동을 하지 않고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다. 증권사가 설립하고 투자금을 모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키며 상장 후 3년 안에 기업과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2022년 스팩 소멸 합병 방식이 도입된 이후 비상장 기업들의 우회 상장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신규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기존 공모가 대비 260%에서 400%로 높아지고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팩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상장한 미래에셋비전스팩4호는 상장 첫날 장 초반 147.7%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렸다. 지난 4월 상장한 신한제13호스팩은 상장 첫날 200% 넘게 급등하기도 했으며, 하나33호스팩도 상장 첫날 120% 상승하기도 했다.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스팩 상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팩 합병을 통해 기업을 상장시키면 인수수수료에 더해 합병 자문수수료도 챙길 수 있어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3월 금감원이 발표한 '스팩의 IPO 합병 동향과 투자자 유의 사항'에 따르면 증권사는 스팩 합병 성공 시 투자이익 외 인수·자문수수료를 통해 투자원금의 268.7%에 이르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스팩 소멸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들이 영업실적을 '뻥튀기'해 상장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스팩 소멸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한 14개 기업 중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매출 추정치에 부합하는 곳은 단 2곳뿐이었다. 

특히 지난해 3월 대신밸런스제11호스팩과 합병해 증시에 입성한 라온텍은 2023년 추정 매출액을 242억원으로 기재했지만, 실제 매출액은 107억원으로 55.52%의 괴리율을 보였다. 신한제7호스팩과 합병하면서 증시에 입성한 코어라인소프트도 괴리율 46.81%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에 금융당국도 스팩 소멸 합병 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스팩 상장 기업들이 미래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미래 추정의 객관성과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 외부평가법인은 기업가치 고평가를 방지해야 하지만 합병 성공 및 업무 수임을 우선하는 등 그간 이익을 위해 투자자보호 노력이 상당히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 발표 이후 실제로 스팩 소멸 합병을 시도한 곳들이 거래소의 반려로 철회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스팩 소멸 합병 상장을 철회한 곳은 △엔에이치스팩20호(크리에이츠) △엔에이치스팩25호(이브로드캐스팅) △하나금융25호스팩(피아이이)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씨엔티테크) △대신밸런스제16로스팩(루리텍) △유진스팩7호(케이엑스인텍) △SK증권제8호스팩(노브메타파마) 등 총 7곳이다. 

이중 엔에이치스팩25호, 한화플러스제2호스팩, SK증권제8호스팩 등 3곳이 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아 합병 상장이 철회됐다. 지난해 스팩 합병 상장을 철회한 13곳 중 거래소가 합병상장예심을 미승인해 철회한 곳은 없었다. 대부분 내부사정으로 합병을 철회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스팩 소멸 합병 방식으로 우회 상장하려는 기업들의 미승인 통보가 늘어난 것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 재무 안정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미달된 곳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