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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⑦ 합병비율 '1대0.35'...제일모직 고평가·삼성물산 저평가 의혹에 법원 "증거 없다"

Numbers_ 2024. 6. 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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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⑦ 합병비율 '1대0.35'...제일모직 고평가·삼성물산 저평가 의혹에 법원 "증거 없

자본시장 사건파일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은 1대0.35였다.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가 삼성물산 약 3주로 책정된 것이다. 검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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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그래픽=박선우 기자, 자료=게티이미지뱅크·뉴스1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은 1대0.35였다.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가 삼성물산 약 3주로 책정된 것이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임의로 합병 시점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상장사 간 합병 비율은 합병 시점(합병 이사회 결의일)을 기준으로 한 양사의 주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 비율을 정해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당시 제일모직 주가가 상승할 만한 요인이 있었다는 점 등에 주목해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정확히 어떤 판단을 했는지 판결문을 확인했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제일모직 주가 상승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주식 약 4669억원 상당을 순매수하는 등 제일모직 주가는 상장(2014년 12월) 이후부터 합병 이사회(2015년 5월)까지 상승 추세였다. 합병 전 국민연금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제일모직 관련 보고서에는 사업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주가 상승 여력이 21% 더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또 다수의 증권사 리포트는 합병 무렵 제일모직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바이오 사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바이오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주가가 상장 후 2015년 상반기 내내 기대 이상으로 높게 형성돼 있었지만 고평가 논란이 계속되면서 주가가 급락할 우려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곧 하락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와 KB 자산운용 관계자 B씨가 법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이 높은 주식 등 고평가 논란이 있는 주식의 주가가 더욱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고 진술한 점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도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인 점 등 때문이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2015년 상반기 제일모직의 실적, 특히 레저 부분이 좋지 않았는데 주가가 사업성 대비 고평가됐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의 2015년 1분기 실적은 패션과 레저 부문 등의 일회적 내지 일시적 업황에 따른 것이어서 그에 따른 영향도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일모직의 영업이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부문과 식자재 부문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판시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또 재판부는 "JP모건이 제일모직에 대해 매도 의견 리포트를 발행했지만, 발행 직후 제일모직 주가는 약 28% 상승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씨티증권 매도 리포트가 발행된 이후 합병 전까지 상당 액수를 순매수한 것으로 보이고 당시 제일모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많은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삼성물산 영업실적, 적자 전환...시장의 부정적 전망 이어져

 

반면 합병 전 삼성물산의 주가는 하향세였다. 재판부는 △증권사들이 2014년 10월 무렵부터 삼성물산에 대한 목표주가를 지속적으로 하향해 왔고 △많은 기관투자자가 삼성물산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시장은 삼성물산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고 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판결문에 따르면, 국민연금도 2014년 12월 18일부터 약 6개월간 총 3357억원 어치의 삼성물산 주식을 순매도했다. 대외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었다고 주장했던 엘리엇 역시 2015월 4월 삼성물산 주식 1516억원 상당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대량 매도했다.    

이와 같이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재판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건설사들의 주가는 실적 악화로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였다"며 "2014년 7월 무렵부터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에는 배럴당 80달러 선이 붕괴해 시장에 충격을 줬고, 2015년 1월에는 배럴당 40달러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해외에 진출한 삼성물산 등 국내 건설사들에 악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2014년 4분기에 10년 만에 영업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고 2015년 1분기에는 시장 예상의 3분의 1에 불과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등을 기록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검찰은 2015년 상반기에 다른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가 상승 추세를 보였기 때문에 합병 시점을 미뤘으면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다른 건설사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내 부동산 경기가 호조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경우 해외에 프로젝트가 집중돼 있었고, 업황 호조세를 반영할 국내 주택사업의 비중이 작았다. 다른 건설사들도 2015년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 그해 말까지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재용 회장 및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오랜 기간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과 비율에서의 합병을 계획하고 강행했으며, 그 결과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비율, 시점을 만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8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