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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⑥ 합병으로 이재용 이익 극대화?...법원 "삼성물산과 주주도 이익"

Numbers_ 2024. 6. 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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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⑥ 합병으로 이재용 이익 극대화?...법원 "삼성물산과 주주도 이익"

자본시장 사건파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약탈적 불법 합병'으로 바라봤다. 합병의 목적은 오로지 이 회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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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그래픽=박선우 기자, 자료=게티이미지뱅크·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약탈적 불법 합병'으로 바라봤다. 합병의 목적은 오로지 이 회장의 최소 비용 승계 내지 지배력 강화에만 있었을 뿐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이 회장 개인의 이익은 극대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했다"며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합병은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재판부가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 내용을 판결문에서 확인해 봤다.

 

'합병 통해 경영권 안정'...주주의 긍정적 평가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합병과 관련한 주주들의 평가 등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그룹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이 불안정한 회사였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7.4%)을 외부에 처분하면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지분율은 13.8%에서 6.4%로 감소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면 경영권이 안정되는 등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이런 점에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다수의 해외주주들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합병을 찬성한 싱가포르 투자청과 아부다비 투자청도 '지배구조 단순화 효과가 있고 이는 투자자에게 분명 유익한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재판부는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조차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했으며, 네덜란드 연기금은 '경영권이 안정되고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긍정적인 평가는 증권사, 신용평가사 사이에서도 나왔다. '대주주 지분율 높은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삼성물산이 얻을 이익에 대해 매우 긍정적 의견',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따라 삼성물산의 수익구조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법정에서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과 사업 다각화, 인수합병(M&A) 쪽이 훨씬 유리해지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영업이익률 개선 등 이익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합병 이후 확인된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이익이 있었다.

먼저 바이오 사업 성장을 통한 이익이다. 2019년 4분기 삼성물산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4% 증가했는데, 이는 바이오 부문 이익률 상승의 영향이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삼성물산의 전체 영업이익 약 2조5285억원 중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여한 부분은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통해 삼성물산의 영업이익률은 합병 전 영업이익률 2.3%(2014년 사업보고서 기준)에서 5.8%(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로 개선됐다"며 "삼성물산은 바이오 사업의 성장을 통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이오 사업 성장의 효과에 대해 증권사 리포트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건설/상사 부문 이익 감소를 바이오 부문이 상쇄할 것'(2022년 4월 23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축돼 있어, 내년 상사 부문의 감익에도 불구하고 건설과 바이오의 견조한 이익 창출로 이익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전망임'(2022년 10월 28일)이라는 등의 긍정적인 분석을 하기도 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 높게 평가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렇게 평가된 근거는 '다각화된 사업 구조 보유로 경기 대응력 제고', '주요 영위 사업의 우수한 시장 지위', '우수한 재무안정성', '삼성그룹 내 지배 구조 및 사업 전략상 중요성 증대' 등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합병의 목적 내지 기대 효과가 실제로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2015년 당시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두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강등됐다"며 "삼성물산의 상승한 신용등급은 삼성물산이 3조원의 부실을 털어낸 이후인 2016년에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했다.

그 외에도 재무구조 개선, 순환고리 해소 등도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이익으로 언급됐다.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10개에서 7개로 줄이고, 그 7개 중 3개의 고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매각 등을 통해 해소했다. 남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도 모두 해소했다. 재판부는 "합병을 계기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태스크포스(TF), 경영진, 이사회는 악화된 경영 상황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삼성물산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검토, 인식, 판단해 합병을 추진했을 뿐"이라며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7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