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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전략실장(전무)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후계자로서 한일 양국에서 영향력을 확보한 가운데 이를 저지하려던 신 전무의 큰아버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로 10년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때마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및 본인의 이사 선임 등을 상정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홀딩스는 전날 도쿄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신 전무의 사내이사 등재안건을 승인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본인의 이사 선임과 신 회장의 이사 해임, 범죄사실이 입증된 자의 이사직을 금하는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신 전무의 선임 배경에 대해 “신유열 이사는 노무라증권에서 경험을 쌓고 재직 중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후 롯데에 입사했다”며 “롯데파이낸셜 대표를 지냈고 롯데홀딩스 경영전략실을 담당하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밝혔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건과 관련해 “이사회에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합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 의결권 행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신 전무를 사내이사 후보로 올린 이상 선임은 예상된 결과였다. 롯데홀딩스 주주 중 신 회장의 우호 지분율이 신 전 부회장을 웃돌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28.14%) 지분을 절반 이상(50.28%) 가진 최대주주지만,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77%에 불과하다. 반면 롯데홀딩스 주요주주인 임원지주회(5.96%)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종업원지주회(27.8%) 등이 신 회장(2.7%)의 우호세력이다.
이로써 신 전 부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신 전 부회장은 10년 전 신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 지난 2022년 국내 롯데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한국과 일본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다. 이 때문에 '신격호-신동빈-신유열'로 이어지는 3세 승계가 닻을 올린 시점에서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종료됐다고 여기는 신 회장의 롯데그룹과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신 전 부회장의 입장차가 존재한다. 이는 신 전무의 후계 가도에 큰아버지인 신 전 부회장의 존재가 '암초'가 될 수 있겠다는 우려로 이어졌지만, 이번 주총에서 롯데홀딩스의 신 회장 우호세력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일 지배력 확대하는 신유열
후계자로서 한일 롯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신 전무는 빠른 속도로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20년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한 후 2022년 일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에 이어 지난해에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에 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올해 초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하지만 승계까지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경영승계를 위해서는 롯데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전무는 이달 5일 롯데지주 보통주 7541주를 사들여 지분 0.01%를 확보했다. 롯데 계열사 주식을 처음 매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승계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롯데그룹의 출자고리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계열사로 이어진다. 이 중 일본(광윤사, 롯데홀딩스)과 한국(롯데지주)을 잇는 중간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은 광윤사(5.45%)와 롯데홀딩스(19.07%), 자회사인 일본 L1~L12투자회사 등이 99.45%를 가지고 있다.
일본 롯데와 출자고리를 끊는 한 방법으로는 호텔롯데 상장이 꼽힌다.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롯데지주와 합병하면 일본 지분율을 희석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한 신 전무는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일본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2015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지만, 그룹 내 리스크가 불거지며 9년째 미뤄졌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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