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장남이냐, 차남이냐"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안갯속 후계구도

Numbers_ 2024. 6. 17. 17:20

▼기사원문 바로가기

 

"장남이냐, 차남이냐"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안갯속 후계구도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두 아들은 각각 지주사와 주력사를 이끌고 있다. 장남 강호준 대표가 사업회사이자 그룹의 뿌리인 대교를, 차남 강호철 대표가 지배구조 정점의 대교홀딩스를 맡는 구

www.numbers.co.kr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교 대표와 차남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 활약하면서 대교그룹의 후계구도가 오리무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강호준 대교 대표(왼쪽)와 강호철 대교홀딩스 대표(오른쪽). (사진=대교그룹)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두 아들은 각각 지주사와 주력사를 이끌고 있다. 장남 강호준 대표가 사업회사이자 그룹의 뿌리인 대교를, 차남 강호철 대표가 지배구조 정점의 대교홀딩스를 맡는 구조다. 두 아들 모두 팬데믹 이후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굵직한 자리를 꿰차며 경영 승계를 가속했다. 다만 1949년생인 아버지 강 회장보다 이들이 그룹 내 갖는 지배력은 여전히 미미해서 후계 구도를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  

‘눈높이’ 학습지 등 교육사업을 주축으로 한 대교는 2020년부터 연간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학령 인구 절벽에 따라 성장 한계까지 마주하면서 그룹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장남은 신사업에서, 차남은 투자관리에서 각자의 경영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비등한 승계 레이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대교홀딩스를 통해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은 대교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교그룹은 지주사 대교홀딩스가 대교(54.5%)와 대교 D&S(90.1%), 대교 CNS(100.0%), 강원심층수(63.1%), 대교 ENC(100.0%)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강 회장은 이런 대교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84.0%(보통주)에 달한다. 강 회장은 대교홀딩스를 통해 주요 사업회사인 대교 및 그룹사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버지의 굳건한 존재 아래 장남과 차남의 승계 레이스는 비등하다. 2021년 3월 강호준 당시 대교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SO, 상무)가 대교의 수장 자리에 오를 당시만 해도 그룹의 승계구도는 장남으로 굳히는 듯했다. 대교는 1986년 법인 전환 이후 첫 연간 적자에 빠져있었던 만큼 강호준 대표가 후계자이자, 책임 경영 차원에서 나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차남 강호철 당시 대교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룹 운영을 관할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상무)로 자리를 옮기며 후계구도에 균열을 낸 것이다. 이후 보폭은 더 컸다. 이듬해 3월에는 강 회장과 함께 대교홀딩스 각자 대표에 오르면서 형제간 승계 레이스에 불을 지폈고 이어 1년 만인 지난해 3월 강 회장의 퇴임으로 차남 단독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그룹 내에서 둘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했다. 장남은 사업전략, 차남은 재무관리에 특화된 이력을 주로 쌓았다. 1980년생인 형 강호준 대표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MBA를 마쳤다. 2009년 해외사업전략실에 입사한 이후 아메리카 법인장과 대교인베스트먼트 비상무이사, 대교 해외사업총괄 본부장, 대교 및 대교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거쳐 대교 대표이사에 올랐다. 

1982년생인 동생 강호철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형의 자리를 이어받아 2014년부터 2년간 아메리카 법인장을 지냈다. 이후 대교홀딩스 경영혁신실장을 거쳐 대교와 대교홀딩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그룹의 안살림을 도맡았다. 이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역할을 확대한 뒤 대교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경영 성적표는? 

 

서울 관악구 대교타워 전경. (사진=대교그룹)


다만 형제의 경영 성적표에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먼저 강호준 대표의 경우 여전히 대교의 적자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후 오프라인에 편중된 사업의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육성에 집중했는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교는 2020년 이후 매출은 60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적자 규모는 2020년 -280억원, 2021년 -283억원, 2022년 -499억원, 2023년 -277억원 수준이다. 

특히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 대교뉴이프는 2022년 1월 브랜드 론칭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올 1분기 기준 매출 23억원, 순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대교뉴이프는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그룹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대교그룹은 실버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대교뉴이프에 지금까지 132억원을 투입했다.  

강호철 대표가 이끄는 대교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서 주요 영업수익은 지분법손익과 투자 수익, 배당 등이다. 그중에서도 강호철 대표가 CFO 시절부터 주도했던 투자 성과가 부진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실제 헤지펀드 '웰브릿지코스닥벤처펀드1호’(최초취득날짜 2018년)의 경우 최초 취득 금액은 50억원이지만 올 1분기 말 기준 장부가액이 400만원으로 축소된 상태다. 2021년 투자한 두나무 상환전환우선주 역시 10억원을 들였으나 현재 장부가액은 4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형제 모두 긍정적 지표는 있다. 강호준 대표의 경우 본업인 교육사업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대교 교육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629억원, 10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기간 1683억원, -29억원과 비교해 외형은 줄었어도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강호철 대표 역시 지난해 3월 지주사 단독 체제 출범 이후 전체 수익성이 확대할 조짐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분기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81억원, 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60억원, 27억원 대비 개선됐다. 같은기간 영업비용은 33억원에서 21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각자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것과 더불어 형제의 지분 확대 방안도 과제다. 현재 장 회장이 대교홀딩스 지분 84.0%, 대교 지분 8.43% 등을 들고 있는 것과 달리 두 형제가 들고 있는 대교홀딩스 지분은 보통주 0.1%, 우선주 2.5%에 불과해 비교적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대교 지분 역시 둘은 보통주를 0.03%씩 갖고 있고, 우선주는 차남 강호철 대표가 0.3%, 장남 강호준 대표가 0.03%를 들고 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