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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훨씬 낮을 겁니다. 2조원 미만”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래 가격에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현대차증권 등 증권가 일부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 희망가가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었죠. 양사의 패키지 매각가가 2조~3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보험사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능한 전문가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상 보험사의 기업가치는 보험계약마진(CSM)과 순자산의 합산 규모로 평가하는데요. 이에 따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세부적인 가치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양생명의 올해 3월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은 2조6912억원으로 같은 기간 순자산 규모는 2조5316억원입니다.
두 항목을 더하면 회사가 제시 가능한 동양생명의 가치는 대략 5조2223억원에 달합니다.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다자보험 측의 지분율은 75.3%입니다. CSM와 순자산 규모로 추산한 기업가치 중 최대주주 지분의 가치는 약 3조9323억원으로 계산됩니다. ABL생명의 기업가치는 순자산(8895억원)에 CSM(8942억원)을 가산한 1조7837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에 따른 양사의 합산 기업가치는 대략 5조7160억원입니다.
보험사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능한 전문가들은 CSM과 순자산의 합계 금액을 모두 실제 매각가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2조~3조원 가격도 고개를 내젓는 분위기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명보험사 자체의 성장성이 낮고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된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인정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상장사인 동양생명은 시가총액이 1조2618억원(28일 종가 기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본다면 최대주주 측 지분 가치는 9501억원 정도입니다. 이론적 가치평가와 시장 가치의 차이가 3조원가량 벌어진 셈이죠.
ABL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8월 진행된 ABL생명 매수자들이 제시한 거래금액은 1500억원 안팎에 그쳤습니다. 당시 매도자 측은 ABL생명의 기업가치를 최소 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싶어 했으나 이를 입증하지 못하며 거래가 불발됐습니다.
일부에서는 매도 측인 다자보험그룹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자보험그룹은 지난해 ABL생명 매각 과정에서도 높은 가격을 고집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국 매도차 측은 지난해 해외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ABL생명의) 잠재적 매수자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부족했다”며 “(이러한 태도가) 거래 불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물론 중국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각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재 거론되는 가격도 너무 높은 수준이며 양사 패키지 인수 거래 규모로 2조원 미만을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B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 쪽 매도인들이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라 CSM과 순자산을 합산한 밸류에이션을 제시하고 있다"며 "다만 매수인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따라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눈높이 차이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도자 실무진은 가격이 중요치 않다고 하지만 지난해 거래가 성사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중국 대주주가 가격에 예민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 성사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진행된 ABL생명의 매각 프로젝트명은 ‘비원(BIWON)’이었습니다. 인수합병(M&A) 특성상 매각 주체 및 주관사들은 매물과 인수 후보들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프로젝트명을 정하는데요. 프로젝트명은 많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타깃을 겨냥했는지, 매각 의지가 얼마나 높은지 등을 명칭을 통해 가늠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말로 비원은 다양한 뜻이 존재합니다. 서울 창덕궁 북쪽 울안에 있는 최대의 궁원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꼭 이루고자 하는 비장한 염원이나 소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매도자 측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간절히 처분하고자 한다면 매수자와의 괴리부터 좁혀야 할 듯합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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