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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거래소 재심사 통과할까?

Numbers_ 2024. 7. 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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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거래소 재심사 통과할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이노그리드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라는 이례적 결정를 받고 시장위원회에 재심사를 신청했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의 법적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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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사진=블로터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이노그리드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라는 이례적 결정를 받고 시장위원회에 재심사를 신청했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의 법적 분쟁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상장 심사 효력을 전격 취소했다. 이노그리드는 중요 사항의 고의적 누락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인 가운데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눈길이 모인다.

 

거래소, ‘이노그리드 예심 효력 불인정’ 이례적 판단 이유는?

 

당초 이노그리드는 이번 달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상장이 취소됐다. 거래소가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건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거래소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심사신청서의 '중요사항 누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상장규정 제8조 2항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또는 첨부서류를 거짓 기재하거나 중요 사항을 빠뜨린 사실이 확인된 경우 상장 예심 효력을 불인정할 수 있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과거 최대주주와 현재 최대주주 간의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인지하고도 밝히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노그리드의 현 최대주주인 김명진 대표이사는 2019년 12월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거쳐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기존 이노그리드의 최대주주였던 박종철 씨는 이 과정에 대해 기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으며 2021년 지분매각이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사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박 씨는 올 5월 초에도 한국거래소에 민원 서류를 접수했다. 이노그리드가 1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2월부터 증권신고서 수리 절차를 밟고 있던 시점이다. 거래소는 이 민원을 통해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지위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에서 경영평가, 시장평가 등 형식적 요건과 더불어 질적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질적 심사 요건에는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 경영 안정성 등의 요소를 주로 평가하고 있다.

 

이노그리드, ‘경영권 분쟁’ 존재했나?

 

이노그리드는 경영권 분쟁 관련 억울함을 호소하며 상장 효력 불인정에 대한 재심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이노그리드는 해당 사안을 경영권 분쟁이라고 볼 수 없는 데다 중요사항을 의도적으로 은폐하지 않았는 입장이다. 이노그리드에 따르면 박 씨는 2022년 4월 단 한 차례의 ‘의견 요청’ 내용증명을 보낸 데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이노그리드 측은 법률 자문을 거쳐 내용증명에 대응했으나 박 씨 측에서 연락, 소송 제기 등의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그리드는 이 과정에서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것과 같이 대형 로펌을 통해 본 건에 대해 법률 검토도 진행했다. 이노그리드는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으로부터 분쟁의 다툼 가능성이 적은 점과 당사에 미치는 법적 위험은 크지 않다고 의견을 받았다.

박 씨의 지분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미 정리가 됐기 때문이다. 그간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박 씨는 지난 2017년 주식 양수도 계약으로 이노그리드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지만 경영 일체에도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씨가 코스닥 상장기업 에프티이앤이(현 라임)의 상장폐지 관련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아 해외 도피 중이었다.

당시 이노그리드는 완전 자본잠식에 가까운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이노그리드의 2018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2억원 가량이고, 자본금은 40억원이다. 이에 따른 자본잠식률은 95% 수준이다. 같은 기간 누적된 적자로 결손금은 75억원에 달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0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6억원)과 인건비 등 회사의 운영비를 고려하면 증자 및 감자 등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던 김명진 현 대표이사가 사재 출연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에스앤알코퍼레이션의 동의를 받고 관련 서류를 인편으로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편은 사람이 직접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박 씨의 이노그리드 지분은 세금 체납으로 인해 국세청에 압류된 뒤 세금 납부에 쓰였다. 박 씨의 지분은 2021년 사실상 완전히 정리된 셈이다.

이러한 회사 상황은 예심 신청서 기준에 맞지 않아 기재하지 않은 것일 뿐 의도적으로 은폐하지는 않았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상장 예정기업의 경우 예심을 위해 소송사건, 과거 경영권 분쟁 사실, 진행 중인 소송 등을 기재해야 하지만 이노그리드는 모두 해당 사항에 없다.

이노그리드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악의적 목적을 가진 일회성 내용증명이라는 객관적 판단에 따라 기재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소송에 휘말린 건이 없으며 의도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이슈에 대해 숨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벼랑끝’ 이노그리드, 거래소 결정 뒤집을 수 있을까

 

거래소는 내달 시장위원회를 열고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효력 불인정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거래소와 회사 측의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내달 열릴 시장위원회에서의 쟁점은 ‘경영권 분쟁'에 대한 해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대주주인 박 씨의 주장이 실제 경영권 분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 측에 재심사 절차를 충분히 보장해주되 조속히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미승인에 대한 불복이 받아들여지면 경영권 분쟁 논란에서 벗어난 것과 마찬가지라 상장 일정을 곧바로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번 재심사에서 효력 불인정 결과가 유지되면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간 신규 상장 신청을 할 수 없다.

이노그리드는 효력 불인정 결정의 이유가 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반박할 근거를 위한 소명 자료를 적극 준비하고 있다. 이노그리드는 내달 열리는 시장위원회에서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현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로 자리한 과정과 고의적 기재 누락이 아님을 소명할 예정이다. 이노그리드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회사 및 투자자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절박함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노그리드는 이미 이번 사태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4월 11일까지만 해도 1주당 4만5100원에 거래됐으나 이날 기준 4100원에서 거래가가 형성돼 있다. 

이번 사태로 회사의 자금 경색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노그리드는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인력 등 투자를 급격히 늘린 상태다. 현재 이노그리드는 18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김 대표가 취임한 2019년에 비해 5배 늘어난 규모다.

이노그리드의 절실함이 통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거래소가 사상 첫 예비심사 승인 취소 결정을 번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예비심사 승인 취소 자체가 전례가 없는 데다 상장 예비심사 미승인에 대한 불복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거의 없다.

현재 거래소는 이노그리드와 박 씨의 관계를 두고 경영권 분쟁의 여부를 떠나 회사의 중요 사항으로 인지하고 있다. 거래소 측에서 규정하는 중요 사항은 투자자가 투자할 때 가격 변동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모든 사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경영권 분쟁의 여부를 떠나 거래소에 알리고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일”이라며 “경영권 분쟁 등 중요 사항을 판별하는 것은 회사 내부 혹은 법률 자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이 추후 어떤 일로 이어질지 회사도 예측할 수 없고 이는 주가의 급격한 변동 등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사전에 당국과 의견 교환이 있었더라면 보완 장치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재심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중요사항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상장 규정상 허위 기재·미기재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