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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가 K푸드 냉동김밥 열풍을 이끌고 있는 '올곧' 지분을 취득했다. 수제맥주 시장 불황 속에서 실적 타격을 입은 제주맥주가 글로벌 F&B(식음료) 기업으로 발돋움해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 제주맥주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 15일 냉동식품 제조 및 무역·유통 기업 에이지에프(AGF) 주식 2만1052주를 약 80억원에 사들였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를 취득한다. 증자 이후 제주맥주의 에이지에프 지분율은 17.38%다.
에이지에프는 식품 제조업체로 국내 최대 냉동김밥 생산 기업 '올곧'의 모회사다. 지난해 8월부터 미국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에 공급한 바바김밥 100만 개(250톤)가 한 달 만에 품절되는 등 K푸드 인기의 선두주자다. 최근 H-Mart와 코스트코 입점 계약도 완료했다. 에이지에프는 지난해 매출 3억5800만원, 순이익 2100만원을 기록했다.
제주맥주는 지난 3월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글로벌 F&B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수제맥주 사업 불황이 지속되온 만큼, 한 가지 제품군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제주맥주 최대주주는 업력 3년의 자동차 수리 및 부품 유통업체인 더블에이치엠으로 바뀌었다. 사업 분야도 다르고 규모도 작은 기업이 제주맥주를 넘겨받은 이유에 대해 궁금증도 많았지만, 종합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업군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더블에이치엠 매출액(26억원)은 제주맥주(223억원)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지분 취득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제주맥주의 기대가 담겼다. 제주맥주는 이익 미실현 기업특례상장제도로 IPO에 성공해 2021년 5월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수익성이 받쳐주지 못했다. 영업손실은 △2021년 72억원 △2022년 116억원 △2023년 110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71% 급감한 84억9087만원, 영업실적은 전년(75억원491만원)보다 100억원 이상 감소해 적자전환했다.
결국 제주맥주는 지난달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80%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무상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털어내면 자본잠식을 방지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제주맥주는 1분기 기준 자본총계 218억원으로 자본금(292억원)보다 적어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자본잠식률은 23%다. 올해 1분기 기준 제주맥주 결손금도 87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억원 넘게 늘었다.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자본잠식률 기준인 50%에 달하지 않지만 제주맥주는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없애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무상감자가 진행되면 자본금은 292억8346만원에서 58억5661만원으로, 발행주식 수는 5856만6901주에서 1171만3218주로 감소한다.
사업 확장은 긍정적...주가는 출렁
제주맥주는 올곧과 사업적 시너지를 통해 매출 증대와 재무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70억원 규모 후속 투자도 예정됐다. 올곧은 5월 기준 하루 생산량이 8만개에 달하는 K푸드 선두주자로 매출 성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올곧은 하루 생산량을 5배가량 확대할 수 있는 2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확장은 긍정적이지만 최대주주 변경 이후 무상감자, 신사업 지분 취득 등 각종 이슈가 겹쳐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17일 기준 제주맥주는 전일 대비 2.51% 하락한 1360원에 장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무상증자 결정이 나오면서 1574원을 찍은 주가는 연일 하락세에 1387원까지 떨어졌지만, 제주맥주가 올곧 지분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보도된 지난 10일부터 거래일 하루 만에 16% 올랐다.
다만 기업 주가는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있다는 점에서 당장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제주맥주 종가는 한 달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제주맥주 측은 "투심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주가 변동을 회사 자체적인 이슈로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오는 8월2일부터 26일까지 감자에 따른 주식거래가 정지되는데 이에 따른 회피 물량이 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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