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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좋은 사촌경영' 세아그룹, 백기사와 손잡은 까닭은

Numbers_ 2024. 5. 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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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좋은 사촌경영' 세아그룹, 백기사 PE와 손잡은 까닭은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의 모친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 세아홀딩스 지분 총 9.3%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대량 매물이 쏟아졌지만 주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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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세아그룹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의 모친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 세아홀딩스 지분 총 9.3%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대량 매물이 쏟아졌지만 주가 흐름은 평탄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오너일가의 지분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블록딜의 표면적 배경은 기업가치 제고다. 주주가치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지분 매각의 도화선이 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20배로 심각한 저평가 구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계열분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분산된 지배력을 이태성 사장에게로 모으려면 이 회장의 지분 축소가 필수라는 해석이다.

 

또 세아홀딩스는 대량의 오너 일가 지분이 대출담보로 묶여 있다. 담보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동성을 푸는 과정에서 시장의 충격을 덜어야 한다. 기관투자가에게 주식을 넘겨 주가 하락을 피하는 동시에 이 사장은 세아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시간외거래…밸류업 정책 때문?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주식시장 마감 직후 기관투자가가 이 회장과 박 부회장의 세아홀딩스 지분 총 9.3%를 사들였다.  

 

IB 업계 관계자는 "단기 차익이 아닌 장기 보유를 위해 매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아홀딩스 측은 "블록딜 주식 처분 대상은 유수의 복수 기관투자가"라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대주주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세아홀딩스의 PBR은 0.2배다. 동종 그룹이자 한 지붕 아래 있는 세아제강지주(0.55배)보다 낮다. 회사에서는 거래량이 적어 심각한 저평가 상태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세아홀딩스의 유통주식 수는 389만6236주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359만9056주을 제외하면 사실상 시장에 풀린 주식은 전체 유통 주식의 약 7.6%에 불과하다. 기관 등이 지분 5%만 확보해도 품절돼 다른 투자자가 들어올 수 없다. 반면 세아제강지주는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64.62%로 세아홀딩스보다 유동성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 보니 시장성과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주식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대주주 보유주식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강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지배구조 사전 정비 관측도

 

오너 일가의 세아홀딩스 지분 블록딜은 처음이 아니다. 이 회장은 2020년 79억원 상당의 세아홀딩스 주식을 처분했다. 당시 블록딜 주식 처분 대상은 이태성 사장이 지분 93.2%를 가진 에이치피피라는 회사였다.

 

이번 블록딜은 기관투자가라는 제3자가 개입해 4년 전과 차이를 보인다. 시장은 이번 거래를 이례적 행보로 해석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은 주식 수를 줄일 때 가장 효과적이다.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세아홀딩스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또 오너 일가의 주식이 시장에 풀린 것은 아니어서 유동성 개선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에 특화된 펀드라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면서도 "유통 주식 수는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지분을 기관투자가에게 넘긴다는 게 주주가치 제고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IB 업계와 재계에서는 이번 기관투자가와 거래를 경영권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한 숙부의 배려로 해석했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 '한지붕 두 지주' 라는 특수한 지배구조다. 세아홀딩스는 특수강, 세아제강지주는 강관을 각각 주력 품목으로 삼아 사업 모델도 다르다. 두 지주는 서로 지분도 섞이지 않았다. 이 회장의 지분만 덜어내면 두 지주는 완벽하게 분리된 형태다. 

 

'세아' 브랜드 아래 이주성 세아제강 사장과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 두 사촌이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걸리는 점은 이주성 사장과 이 회장이 보유한 세아홀딩스 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이태성 사장은 세아제강지주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이 회장과 이주성 사장의 세아홀딩스 지분이 합쳐지면 약 27%에 달한다"며 "이태성 사장(35.12%)에게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 회장이 지분을 줄여 분쟁의 불씨를 없앤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의 개인회사인 에이치피피, 박 부회장 등은 세아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담보 주식 수는 총 157만4494주이며 담보 비율은 39%다.

 

세아홀딩스처럼 실질적인 유통 물량이 적은 품절주는 소량 거래만으로도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훼손되면 추가로 주식을  증권사에 맡겨야 한다. 이번에 이 회장이 블록딜로 세아홀딩스 지분을 처분했기 때문에 주가 변동도 피했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경영권 분쟁 요인 해소 목적과는 거리가 있으며 매수인들도 주주가치 제고 측면의 기대감을 긍정적으로 보고 거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