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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과 SK그룹이 미래 신사업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을 추진한다. 꾸준한 이익을 내는 알짜회사와 성장성은 있지만 당장 이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회사를 붙이는 방식이다. 두산과 SK는 핵심 계열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공통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합병 비율을 둔 주주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로봇을, SK는 배터리를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각 핵심 계열사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9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말 SK E&S 합병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연다.
새 합병회사의 미래 기업가치가 정해진 게 없는 만큼 '합병 비율'은 최대 화두다. 합병비율은 합병회사 간 주식의 교환 비율로, 어느 회사가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는지를 의미한다. 통상 알짜 기업의 기업가치가 높아야 하지만 실제 셈법은 이보다 복잡하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킨다는 구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분할에 따라 두산로보틱스 신주를 배정받고 상장폐지되는 두산밥캣 주주들은 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교환받는다.
하지만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매해 1조원대 이익을 내는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기업 가치 산정 방식을 둘러싼 주주 반발이 거세다. 두산밥캣의 주주로서 안정적 이익을 내는 알짜회사 주식을 적자회사의 주식으로 맞바꾸는 셈이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의 주요 외국계 투자사인 미국 사모펀드 테톤캐피탈의 션 브라운 이사는 이번 개편을 두고 "날강도 짓"이라며 "너무 격분하고 실망해 지분 대부분을 장내 매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 지배구조 개편의 변수는 주주들의 반발"이라며 "분할 합병 비율에 불만을 품은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몰릴 경우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 비율에 수긍하지 못한 주주들이 대규모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두산의 사업 구조 개편은 무효가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지만, 두산에 비해서는 그 수위가 낮다. SK이노베이션이 알짜회사인 SK E&S와 합병 과정에서 당초 '1대2'까지 거론되던 합병 비율을 '1대 1.19'까지 낮췄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다고 반발하는 소액주주들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이같은 합병 비율에 대해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합병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들의 보유 지분 가치는 희석되지만, 유리한 합병 비율과 SK E&S의 현금 창출력이 더해져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합병 비율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이라며 "SK E&S의 기업가치는 대략 6~7조원 수준으로 판단하는데, 이는 신주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율인 35%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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