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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분쟁 시즌2 시발점 ‘KKR vs 기타PE’案 정밀 비교

Numbers_ 2024. 8. 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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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분쟁 시즌2 시발점 ‘KKR vs 기타PE’案 정밀 비교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한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쟁탈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요구,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시즌2가 시작됐다. 분쟁의 어느 한쪽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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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한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쟁탈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요구,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시즌2가 시작됐다. 분쟁의 어느 한쪽도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그리고 소액주주 등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 이외의 주주들 판단에 의해 임시주총 표대결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3월 정기주주총회 때만 하더라도 형제측(임종윤·임종훈)의 승리로 갈등이 봉합되는 듯 하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된 근본적 배경에는 지분 매각 방식을 두고 벌어진 첨예한 반목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지분매각 방식에 따라 대주주의 득실이 갈리다보니 서로에게 유리한 방안을 고수했고 갈등의 큰 축이 됐다는 설명이다.

각 지분 매각 방안들은 경영권을 쟁취하려는 각 주체의 숨은 목적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각 방안들에 따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거래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블로터>가 5일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취재한 내용, 그리고 한미약품 오너 일가 세남매가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 일부 언론에 등장한 매각 방안 등을 종합한 결과 양측의 지분 매각 방안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KKR안(案)과 기타PE안(案), 2가지다.

얼마전 있었던 소액주주와의 간담회에서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이 “경영권 보장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최근 언론 보도에서 많이 나온 것 같은데, '특정 펀드는 경영권을 보장한 채 매각한다' '바이아웃(경영권 매각)이다'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두 방안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경영권 보장도 제한적인 기간을 두고 가능한 부분이고,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는 바이아웃으로 넘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블로터> 취재 결과는 임주현 부회장의 발언과 달랐다. 각 방안은 명확한 차이점을 갖고 있었다.

먼저 기타PE안은 특정 대주주 중심의 거래라는 특징이 있다. 형제측이 여러 PE를 상대로 제안을 요청하거나 관심이 있는 PE들이 직접 형제측에 제안서를 보냈는데, 이를 요약하면 아래 ‘예상도’와 비슷하다.

 



정리해 보면, 특수목적기구(SPV)에 우선 형제측이 지분을 매각한다. 해당 SPV는 PE의 자금과 지원으로 한미사이언스 주식의 공개매수를 단행, 최대주주에 오른다. PE가 출자 또는 마련한 돈으로 형제측은 상속세를 해결한다. 경영권의 경우 형제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형제가 참여한 이사회가 경영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SPV 이사회의 주도권은 PE가 가져간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신동국 회장이 SPV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녀(송영숙·임주현)측도 참여하지 않는다. 특정 대주주 중심 거래구조인 셈이다. 신동국 회장은 이러한 SPV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추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PE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할 무렵 컨트롤프리미엄(경영권프리미엄)을 받고 함께 지분을 공동 매각해 투자 차익을 극대화하는 옵션을 받아 신동국 회장이 줄곧 요청해 온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국내외 주요사모펀드들의 제안은 PE별로 세부적 안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 안으로 거래가 진행된다면 한미사이언스는 특정 PE가 가져가게 되고 해당 PE가 엑시트를 하는 시점에 다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이 엑시트 지분을 매수하는 측으로 바뀌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특정 대주주 중심의 경영권 매각’ 방안이라 볼 수 있다.

형제측은 이 안에 반대했다는 것이 거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신동국 회장이나 모녀측도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경영권을 창업주 일가 이외의 세력에게 뺏기는 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권의) 현 상태 최소 5년간 유지’가 선친의 유지였다는 이유에서다. 둘째, 가족 모두가 함께 ‘원팀’으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동등한 거래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안이 아니었다. 대신 PE 입장에서는 투입 금액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였다. 특정 대주주 지분만을 매입하면 되고 나머지 지분을 시장 등을 통해 가져가면 컨트롤프리미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미약품 고유의 회사 문화와 철학을 모르고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넘기게 될 경우 주주가치 제고에 부정적이었다.

KKR은 OB맥주, 태영그룹 등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회생을 도왔던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아래 '예상도'와 같다.

 


KKR안의 가장 큰 특징은 ‘5자(형제, 신동국, 모녀)’의 지분을 한 바구니에 담는다는 점이다. SPV에 5자가 지분을 일정 부분 넘겨 상속세를 해결한다. PE(KKR)가 SPV에 지불하는 자금과 인수 금융 등으로 비용을 부담한다. 동시에 공개매수를 통해 SPV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을 최대 100%까지 가져가는 계획이다.

SPV의 이사회 구조는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을 100% 취하는 방식도 아니다. ‘공동 경영’ 방식에 가깝다. KKR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엑시트 시점에 한미약품 교환사채 발행 및 전환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 이는 오버행 이슈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PE 엑시트 이후 지주회사 경영권은 창업주 일가에 귀속된다.

경영권프리미엄없이 엑시트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이 방안에 KKR이 동조한 이유는 한미약품그룹의 잠재력이다. KKR은 내부 실사 결과 한미약품그룹의 잠재력이 상당해 상속세에 따른 오버행 이슈를 극복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 수 배의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계획 안에는 비만치료제로 유명한 세계적 제약회사의 지분투자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세계적인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가 동시에 투자하는 방안이었던 셈이다.

형제측이 지지하던 KKR안에 모녀측과 신동국 회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형제측을 배제한 채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을 결성했다. 3자연합은 당분간 경영권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는 있으나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거래 핵심 관계자는 "임시주총을 요구했다는 것은 경영권을 쟁취하겠다는 것이고, 이사회 다수를 장악하려 한다는 것은 이사회를 장악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형제측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강행하는 것은 이후 계획이 있다는 뜻인데, 매각 방안('기타PE안') 말고는 설명이 잘 안된다"고 해석했다.

거래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3자연합의 자문사 역할을 하고 있는 'L사'는 변형된 '기타PE안', 즉 두 형제가 배재된 구조를 전제로 IB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대주주 중심의 거래안이다. 앞서 형제측, 신동국회장, 모녀측 모두가 적극적이지 않았던 방안을 다시 살리고 있는 셈이다.

어떤 방안이 한미약품그룹에 더 나은 방안이 될 지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은 주총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해, 어느 편을 들 지 심사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각 방안의 면면으로 볼 때 주주가치에 더 도움이 되는 방안은 'KKR안'이라는 게 타 제약사 오너 및 금융권 인사들을 포함한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한 한미약품그룹의 일반 직원들의 비밀채팅방에서도 제3자에게 경영권을 파는 구조보다는 기업문화의 영속성과 장기적 발전방안이라는 측면에서 경영권 보장방식의 투자유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각 방안의 구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섣불리 어느 방안이 더 유리한지 그 유불리를 가늠하기는 불가능하다.

거래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기업가치 밸류업,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시주총에서 3자연합의 요구가 관철되기 위해선 3분의 2 이상의 지분이 필요하다. 형제측의 지분율이 3분의 1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3자연합의 요구(이사 수 확대 및 신규 이사 선임)가 통과되기는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치영,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