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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시아나 합병 초읽기] 계열사 교통정리 어떻게 이뤄질까

Numbers_ 2024. 8. 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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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시아나 합병 초읽기] 계열사 교통정리 어떻게 이뤄질까

대한항공이 유럽 경쟁당국(EC)의 조건을 이행하게 되면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목전에 뒀다. 현재 EC와 미국 경쟁당국(DOJ)의 마지막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양사의 기업결합 이후 합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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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대한항공이 유럽 경쟁당국(EC)의 조건을 이행하게 되면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목전에 뒀다. 현재 EC와 미국 경쟁당국(DOJ)의 마지막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양사의 기업결합 이후 합병과 계열사 합병 및 처분 절차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0월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심사 인허가를 받은 뒤 아시아나항공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합병에 돌입한다. 이 시기는 11월 또는 12월께로 예상된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가 연내 개최된다. 이 과정에서 대한한공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장악하는 등 사실상의 경영권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기업결합 2년 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수순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이후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속한 기업집단 ‘한진’ 그룹에 편입된다.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자회사)-아시아나항공(손자회사)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기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41.9%), 에어서울(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세이버(80%)는 한진칼의 증손회사로 자리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종속기업 현황 /그래픽=박진화 기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2년 안에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배구조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한진칼)의 증손회사가 있으려면 손자회사(아시아나항공)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 안에 지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41.9%),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세이버(80%)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규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거나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 중 에어부산 등은 상장사로 지분 약 60%가 소액주주에 분산돼 추가 지분 취득에 난항이 예고가 된 상황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증손회사는 고손회사 주식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 증손회사가 될 당시 계열사 주식을 가진 경우라면 2년 후에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아시아나티앤아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티앤아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IDT(40%), 아시아나에어포트(24%), 아시아나세이버(16%)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의 증손회사가 고손회사를 보유한 것이기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아시아나티앤아이는 보험대리점업과 건물 관리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다. 

공정거래법상 규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2년 안에 합병을 진행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 등은 통합 항공사(자회사)의 손자회사로 올라서기 때문에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에어부산(41.9%),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세이버(80%) 등은 모두 항공 사업 관련 법인으로,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과의 깊은 사업 연관성 때문에 지분 매각에 착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복 자회사 ‘LCC·지상조업·IT’ 연쇄 합병 전망…발권은 '촉각'

 

아시아나항공 종속기업 현황 /그래픽=박진화 기자


자회사 간 업무가 중복되는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한국공항-아시아나에어포트 △한진정보통신-아시아나IDT는 각각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고 대한항공의 저가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두 곳의 LCC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통합하는 작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 LCC 3사의 출범이 예고된 셈이다. 통합 LCC의 지난해 매출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2조4786억원으로 기존 LCC 1위였던 제주항공(1조7240억원)을 제칠 수 있다. 보유 기단도 57대로 제주항공(41대)보다 앞서고 있다.

지상조업 자회사 KAS는 아시아나에어포트와의 합병을 위해 올해 초 전략지원실 산하에 통합지원팀을 만드는 등 통합 절차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실적 규모를 고려하면 합병 시 70%대의 시장점유율(단순 합산)로 국내 독점사업자가 되는 것이 유력하다. 지상조업은 항공기 출도착 과정에 필요한 모든 지상 업무로, 통상 항공기 정비·급유, 기내식 공급, 화물 수송과 적·탑재 업무 등이 해당된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인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도 하나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통합되면 지난해 기준 연 매출 3358억원 규모의 중견 시스템통합(SI)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한진정보통신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토파즈여행정보에서 수집된 항공 예약 및 발권 시스템 정보를 시스템상에서 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IDT 역시 아시아나세이버의 예약 발권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

자회사 간 합병이 예견되는 기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등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하겠지만 업무 중복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실상 순차적으로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상조업·IT 사업과 달리 토파스여행정보와 아시아나세이버 간 합병은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021년 대한항공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진칼의 토파스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의 아시아나세이버는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기업은 항공 예약·발권 시스템과 호텔·렌터카 예약 등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발권 서비스 업체다.

당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토파스여행정보와 아시아나세이버 각자 고유한 고객층 확보 및 한국 시장에서 상호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며 "또 각각 별도의 해외 합작 파트너사가 있어 계약 상대방과 협의해 독립적으로 유지·발전 방안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심 계열사 리밸런싱 '갈림길'


합병 시 업무 중복이 없는 △한국글로발로지스틱스시스템 △아시아나티앤아이 등의 비핵심 계열사는 리밸런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가운데) 하나의 회사만 가진 업종의 기업인 데다 무엇보다 수익 규모도 미미한 기업이라면 사업을 지속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처분 및 매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글로발로지스틱스시스템은 대한항공 등 다국적항공사들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항공물류IT전문회사이다.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액과, 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적 규모가 미미한 편이다.

아시아나티앤아이에 대한 대한항공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부산,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가 손자회사로 올라서면 고손회사였던 아시아나티앤아이는 증손회사가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법상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가져야 하는 만큼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중 하나의 손자회사가 아시아나티앤아이의 지분을 모두 취득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종속기업 등을 통해 아시아나티앤아이 지분 80%를 확보한 상황이다. 잔여지분 20%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의 건설업체인 금호건설이 보유하고 있다. 항공 사업과 관련이 없는 계열사인 만큼 대한항공이 잔여지분을 확보할지, 처분에 나설지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과거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에 인수 후 통합 전략(PMI)를 제출하며 금호티앤아이(현 아시아나티앤아이)의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체계상 원칙적으로 고손회사를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티앤아이와 유사하게 고손회사로 여겨졌던 금호리조트도 지난 2021년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했다.

아시아나스태프서비스 등 일본 지상조업 사업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경영전략본부 사업개발TF가 일본 지상조업 시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일본 현지에 합작회사를 세우는 방안부터 대한항공 지상 조업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일본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달 일본 현지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이후 향후 자회사의 합병과 매각을 고려할 것이며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로드맵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및 합병이 우선”이라며 “합병이 이뤄진 후에서야 산하의 자회사를 합병을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직 내부적으로 (자회사 합병 및 처분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한항공은 유럽과 미국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합병 이후의 자회사 간 교통정리에 대해 전달받은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