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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시아나 합병 초읽기] 대어 '현대글로비스' 합류, 노조 달래기 당근책 될까

Numbers_ 2024. 8.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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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시아나 합병 초읽기] 대어 '현대글로비스' 합류, 노조 달래기 당근책 될까

'통합 에어인천' 탄생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핵심으로 꼽힌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양사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매각을 제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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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통합 에어인천' 탄생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핵심으로 꼽힌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양사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매각을 제시한 만큼 통합 에어인천이 출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합병이 가능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화물기사업부 분사를 본격화할 예정으로 작업 초기부터 난항이 예고됐다. 통합 에어인천 출범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분사 대상 직원을 선별해야 하는데 당장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APU)의 반대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대한항공이 APU의 불만을 잠재우고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일부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임금, 복지, 고용 안정 등을 이유로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조종사와 정비, 화물영업 등 800여명의 이동 대상 직원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인천으로 소속이 옮겨질 경우 임금과 복지, 고용안정 측면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분사 대상 직원이 아시아나항공에 잔류한다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합병돼 대한항공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LCC인 에어인천으로 이관될 경우 대한항공과 비슷한 임금과 복지 수준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람인'이 추정한 에어인천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평균연봉은 3905만~4985만원이다. 같은 기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자료(DART)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평균 연봉은 4773만~6177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6817만~8943만원에 달한다. 내부 직원은 임금뿐만 아니라 항공권 지원,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지를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이 평균 1년에 8개의 항공권을 제공받는 것으로 안다”며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으로 소속이 변경되면 여객 항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만큼 혜택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고용 불안정성도 문제로 꼽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를 인수한 통합 에어인천의 지속가능경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를 위해 인화정공, 한국투자파트너스 PE 본부 등의 투자자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력이 부족해 불안정한 경영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앞서 APU는 EC에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본부 인수 적합성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EC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M&A를 최종 승인할 경우 에어인천이 화물기 조종사의 고용 승계가 아닌 파견 방식을 고려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다만 EC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매각에는 조종사와의 기존 근로계약이 포함된 만큼 EU에서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항공과 직원 사이의 고용 관계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에어인천컨소시엄에 현대차그룹의 운송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전략적투자자(SI)로 합류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 직원의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소시어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이후 향후 통합 에어인천의 경영권은 현대글로비스가 거머쥐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M&A 과정에서 실탄 조달을 위해 조성된 펀드의 SI는 향후 피인수 기업의 차기 주인으로 점쳐진다. SI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재무적투자자(FI)가 SI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는 등 투자금을 날릴 수 있는 불리한 조건들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가 통합 에어인천의 경영권 참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소시어스 등 운용사(GP)의 엑시트 전까지 경영권 참여가 불가능하다. 기존 에어인천의 SI였던 인화정공은 경영권 확보에 크게 욕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에어인천이 추후 국내 재계서열 2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확률이 커진 셈이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분사 대상 직원은 대한항공 못지않은 복지와 임금 등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통합 에어인천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업이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우수 인력의 유입 및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IPO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한다. 직원들은 IPO가 현실화될 경우 스톡옵션 등의 복지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의 차기 주인으로 유력한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에어인천 등이 분사 대상 직원들과 합의를 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3사는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해결해야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고 각각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에어인천’을 출범시킬 수 있다.

에어인천 관계자는 “펀드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보상을 더 해줄지, 기업과 직원에게 장기적으로 좋은 경영 방향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복지 등의 직원들의 환경이 더 나빠지기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르면 이번 주에 에어인천컨소시엄 참여를 확정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현대글로비스의 출자 예정 금액은 1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