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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을 찾고 있는 11번가가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악재와 호재를 동시에 맞았다. 이번 사태로 각종 이커머스를 규제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신선식품 유통기업 오아시스가 검토했던 11번가 인수는 무산됐지만, 티메프를 떠나 새 둥지를 찾으려는 판매자(셀러)들을 흡수하면서 악화일로였던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오아시스로부터 인수제안서를 받고 최근까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티메프 사태로 무리한 인수합병(M&A)을 규제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성사가 어려워졌다. 한 관계자는 "양측은 매각 가격에서도 입장 차가 컸다”고 말했다. 매각협상 과정에서 FI가 매각가를 약 50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위메프의 시장 가치가 최대 300억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오아시스 측은 11번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1번가 입장에서는 이번 매각 무산이 아쉽기만 하다. 지난 2023년 9월 FI들에 약속한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뒤 모기업인 SK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매각 시장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다시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을 뚫고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번 티메프 사태가 11번가에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정산금도 받지 못하고 티메프를 떠난 셀러들이 새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11번가로 몰리고 있어서다. 이에 11번가의 지난달 신규 입점판매자 수는 전달 대비 16%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월간 신규 입점판매자 증가율이 평균 5%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는 잘 키운 셀러가 플랫폼 매출을 성장시키는 핵심 원동력이어서 플랫폼들은 우수 셀러 확보에 공을 들인다”며 “셀러들이 좋은 상품을 많이 팔수록 고객 수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데, 11번가에는 티메프에서 건너온 양질의 셀러들이 매출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번가도 우수 판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달 8일에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도 끝까지 배송 약속을 지켜 화제가 된 셀러 상품을 한데 모은 기획전을 선보였다. ‘안심쇼핑 착한기업’ 기획전에서 소개된 ‘착한 기업’들은 티몬·위메프에서 주문한 고객에게 “정산 여부와 무관하게 100% 요청 일자에 맞춰 배송해드릴 것”이라고 알려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이는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1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7억원)보다 31.4% 감소했다. 2분기 당기순손실도 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 줄었다. 올 상반기(1~6월) 기준 영업손실도 전년 대비 207억원 축소됐다.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은 올해 4개월 연속(3~6월)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흑자를 달성했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기업가치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11번가의 사업성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자 시장에서는 "티메프 사태가 매각을 기다리는 11번가에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최근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사업이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것처럼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구축하면서 매각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샛별 기자 jsb31660@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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