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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곳간지킨' 허장 행정공제회 CIO, '투명성' 개선 특명

Numbers 2023. 12. 4. 19:00


행정공제회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chief information officer)인 허장 사업이사는 취임과 동시에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도 6년래 최저치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제회의 회원이 늘면서 주요 수입원인 회비가 증가했지만 기금운용으로 벌어들인 투자수익은 감소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더욱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늘고 있지만 행정공제회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디에 돈을 투자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공개 현황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허 이사는 향후 투명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기침체 영향, '수익'보다 '안정' 주력 

행정공제회 홈페이지 자료


공제회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공제회의 운용자산은 21조954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구성된 일반회원과 퇴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특별회원이 모두 늘면서 주요 매출인 사업 수익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기금운용수입은 6049억원으로 15.6%, 자금운용수익률은 3.8%로 7.1%포인트 전년대비 각각 감소했다. 자금운용 수익률은 △2017년 10.9% △2018년 4% △2019년 8.5% △2020년 6.1% △2021년 10.9%로 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늘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안정적인 투자 원칙을 고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허 이사는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자와 배당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투자처에 집중했다. 

2022년 말 기준 자산군별 보유 비중은 △실물자산 39.4% △사모신용 32.1% △사모주식 11.0% △주식 5.3% △채권 5.2% 등이다. 국내외별 보유 비중은 국내 35.7%, 해외 64.3%다.

허 이사 특히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금리 인상 피해가 우려되는 자산에 대해 조기 회수를 검토했다. 취임과 동시에 해외 부동산 상장 리츠에서 730억원의 수익을 실현하고 기존에 투자한 판교 6-1블록에서 지분 50%를 리파이낸싱해 2031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인 게 대표 사례다. 

행정공제회는 지난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4년 연속 한국 최우수 기관투자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올해 투자수익률 5.3%, 전년비 1.5%포인트↑


올해 목표 수익률도 높지 않다. 허 이사는 작년대비 1.5%포인트 높은 5.3%의 수익률을 거두겠다고 공언했다. 자산운용 규모가 전년대비 10.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공제회 홈페이지 자료


30일 기준 행정공제회가 보유한 운용자산 규모는 23조3570억원이다. 운용 비중은 실물자산이 33.7%로 가장 높다. 이어 △사모신용 30% △사모주식 10.7% △운영자산 8.8% △채권 6% △기회자산 3.7% △헤지펀드 3% 등이다. 매년 늘려온 대체투자 비중은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예년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행정공제회는 회원의 회비로 운영된다. 회비는 회원의 노후자금과 생활안정자금 등 지자체 공무원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쓰인다. 허 이사가 취임 후 수익 증진보다 곳간 지키기에 더욱 주력한 이유다. 

보수적인 운용은 높아지는 지급준비율에서도 엿볼 수 있다. 허 이사는 지난해 수익률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지급준비율을 전년대비 0.3%포인트 높였다. 지급준비율이 2019년 101.4%로 처음 100%를 넘어선 이래 △2020년 103.8%△2021년 110% △2022년 110.3%로 증가하는 추세다. 


34년 '투자통', 행정공서 의결·실무 도맡아


허 이사는 34년간 투자 업계에 몸 담은 전문가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석사를 마치고 1989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권에 첫발을 들였다. 동양증권에서는 동양투자자문 주식운용역을 맡았다. 

이후 국내 CIO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삼성생명 증권사업부장을 거쳐 삼성투신운용에서 SA운용팀장을 지냈다. 이어 2006년 푸르덴셜자산운용(현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2011년 템피스투자자문 대표, 2013년부터 2020년 말까지 DB손해보험 투자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행정공제회 CIO는 지난해 2월 취임했다. 임기는 오는 2025년 2월 17일까지다. 

행정공제회 홈페이지 자료

 
행정공제회는 외부조직이 감독·의결하고 내부조직이 실무를 주관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행정공제회의 외부조직은 5개의 위원회와 2개의 협의회로 구성됐다. 내부조직은 이사장·관리이사·사업이사가 각각 관리한다.

사업이사는 내외부 조직에 참여하며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다. 자산운용 원칙을 수립한 후 이에 맞춰 투자·관리한다. 자산운용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참여하고 투자심의위원회 위원장과 투자심의위원회 소위원장을 맡는다. 이와 동시에 안으로는 투자전략실과 부동산인프라본부를 지휘한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이사장과 55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대의원회로부터 운용성과를 평가받는다. 


실적·운용 현황 공개 부족...투자 정보도 미흡

 

행정공제회 홈페이지에 명시된 기업투자 현황 자료

 
운용 현황 등에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우선 실적 공시 범위와 단위가 제한적인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행정공제회는 경영·운용 성과를 연간 단위로만 공시하고있다. 분기별 성과는 확인이 어렵다. 재무상태와 손익계산서 등 실적 내역은 최근 3년까지만 공개돼 있고, 구체적인 회계 항목은 명시되지 않는다.   

자산운용 현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홈페이지에 공시한 주요 투자 사업 시기는 2022년 2월이다. 허 이사가 취임한 이후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물자산 투자 현황은 △CalSTRS 미국 JV멀티패밀리 펀드2, 2022년 2월 투자(2400억원) △영국 화이트사이드힐 육상풍력, 2018년 9월 투자(587억원) △종로 센트로폴리스, 2018년 7월 투자(1000억원) △판교 6-1블록 2017년 12월 투자(2145억원)가 전부다. 

기업투자 정보 현황은 △보고KKR13북미바이아웃, 2021년 8월(805억원)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 2020년 12월(200억원) △MKOF5-1호 PEF, 2020년 4월(500억원) △한화유럽크레딧7호 PEF, 2018년 9월(780억원) △IMM로즈골드3호 PEF(250억원), 2015년 3월 등이 기록돼 있다. 

이밖에 △장단기 차입금 현황 △투자 및 출자현황 △연간 출연 및 증여 등이 공란으로 남아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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