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큰손 중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안정성과 성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관투자(LP)로 꼽힌다. 대체투자 비중을 50% 안팎으로 유지하며 기금운용의 안정성에 기반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62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며 어느덧 연기금·공제회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공제회 중 최대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의 투자의 닻을 올리는 인물은 박만수 기금운용총괄이사 겸 CIO(최고투자책임자)다. 박 CIO는 대체투자, 금융투자 등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쌓은 베테랑 답게 취임한 지 1년만에 교직원공제회의 운용 규모를 10조원 넘게 끌어올렸다. 현재 임기를 절반 가까이 채운 가운데 남은 절반의 임기 기간에도 광폭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고수익보단 안정성’ 교직원공제회, 박만수 CIO '지향점'
박 CIO는 건국대 부동산건설개발 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난 1992년부터 교직원공제회에서만 30년을 근무한 정통 ‘교공맨’이다. 1965년생인 그는 부동산투자팀·대체투자부장·금융투자부장을 역임하는 등 대체투자부서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대체투자 전문가로 통한다.
박 CIO처럼 교직원공제회의 내부 인사가 운용책임자까지 승진하는 전통은 투자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은 대체투자 비중을 50% 안팎으로 유지해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관계없이 매년 안정적인 수익률을 꾀하고 있다. 노후 자금을 굴리는 중책을 맡은 만큼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수익을 내는 것을 중시하는 셈이다.
공모를 통해 외부에서 CIO를 선임하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바로 선임해 크게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자칫하면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교직원공제회는 주식 등 전통 자산보다 투자금 회수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대체투자의 비중이 높이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을 지닌 수장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내부 출신 및 대체투자 전문가 박 CIO는 교직원공제회의 투자 방향성과 결이 맞는 수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투자 비중 53.4%…美·유럽 대체자산 확대
박 CIO도 교직원공제회 단기 성과보다는 안정된 장기 수익률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투자 철학을 보이고 있다. 대체투자에 절반, 주식과 채권에 10% 안팎의 비중을 두는 자산 배분 전략이다. 그가 CIO를 맡기 직전 2021년 말 52조7798억원에 이르던 운용자산은 올해 상반기 62조573억원까지 확대됐다. 1년의 재임 기간 운용자산을 40% 이상 늘린 것이다.
상반기 기준 전체 운용자산에서 각 투자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투자가 53.4%에 달한다. 이 밖에 주식(12.1%), 채권(9.5%), 단기자금(4%) 순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체투자 부문의 경우 국내와 해외로 나누고 각각 실물(직접)과 금융(위탁) 부문으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 대체 투자 부문 가운데 국내와 해외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25%, 42.6%로 해외 부문이 더 높다. 대체투자 가운데 가장 자산 비중이 높은 부문은 해외 실물이었다. 해외 실물 부문의 투자 대상은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자산이다.
성과도 우수했다. 종합적으로 교직원공제회는 올 상반기 8.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타 연기금·공제회 대비 안정적인 수준인 데다 2023년도 기금운용 목표 수익률(4.7%)을 웃도는 수치다. 해외 실물 분야의 상반기 수익률은 11%로, 대체투자 각 분야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보였다. 국내 실물(부동산, SOC) 수익률 2.6%보다 높다.
유럽 등 해외 인프라 자산은 정권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흔들림이 없어 국내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미국 내 최대 규모 연기금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과 미국 물류 시설 공동투자를 위한 약 6100억원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등 해외 인프라 자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 금융 부문 수익률도 10%로 선방했다. 국내 금융 분야 수익률은 3.7% 기록했다. 금융 부문은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대출(Loan)을 포함한다. 상반기 수익률은 국내외 주식 투자 성과가 가장 우수했다. 국내와 해외 직접 투자 수익률은 19.5%로 동일. 이 외 국내 위탁 투자는 15.9%, 해외 위탁 투자는 16.1%의 높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 코스피 등의 주가지수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빨간불 켜진 해외 부동산 투자… 기금 안정 도모 ‘과제’
다만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해외 대체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박 CIO는 해외 실물 분야 손실을 최소화하고, 타 분야에서 운용수익을 높여 기금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 오피스 부동산 등의 공실률이 크게 급증한 것에서 비롯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저금리로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9년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오피스 자산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뒤 일부 지분을 공제회 등의 국내 기관 투자자에게 셀다운(재매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부동산 부실 위기가 커지면서 증권사를 비롯한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까지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프랑스 마중가 타워 등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던 미래에셋증권은 팬데믹 이후 공실률 증가 등으로 투자금 손실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어든 769억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역시 높은 대체투자 비중을 보이는 데다 해외 부동산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큰 편인 만큼 해외 부동산 부실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의 지난 8월 해외 부동산 위험 노출액은 8조4029억원으로 집계됐다. 6년 전인 2017년(3조3478억원)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교직원공제회의 해외 부동산 위험 노출액은 △2020년 5조4273억원 △2021년 7조605억원 △2022년 8조1620억원 등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와 공제회 등의 기관투자자들은 저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해외 부동산 투자를 급격히 늘렸다”며 “그러나 지난해 팬데믹 이후 급격히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해외 부동산 공실률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공실률로 임대료를 받지 못하거나, 받는 임대료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에쿼티(자기자본) 투자자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업계는 ‘에쿼티가 녹아내린다’고 표현할 정도로 투자금 회수가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남지연 기자 djyn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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