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올해 하반기 첫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시도하면서 물량 공세에 나선다. 올해 1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대신증권 스팩 중 하나가 피합병법인을 확보해 소멸될 예정인 데다가 기술특례 성장성 추천 상장 주관이 2년 간 제한되면서다. 기업공개(IPO) 실적이 대표 업무인 주식자본시장(ECM)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팩도 추가 동원하는 모습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밸런스제18호기업인수목적회사(대신밸런스18호스팩)가 오는 2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이 스팩의 최대주주는 위더스인베스트로 42.5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발기인으로는 대신증권과 위더스인베스트 외에도 우리벤처파트너스·제이케이피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18호 스팩과 2주 간격으로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던 대신밸런스19호스팩도 대기중이다. 이미 지난 6월28일 거래소로부터 19호 스팩에 대한 상장예심도 승인이 떨어진 상태다. 대신증권은 18호 스팩을 상장시킨 이후 19호 스팩의 증권신고서도 준비할 예정이다. 19호 스팩의 최대주주는 대신증권의 다른 스팩 발기인으로 자주 참여했던 ㈜키베스트로, 87% 지분을 보유 중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다. 증권사가 스팩을 설립해 신주를 발행하면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절차를 통해 자금을 모은 뒤 상장이 완료되면 3년 내에 합병할 회사를 찾아야 한다. 이후에는 합병회사 이름으로 재상장을 한다.
18호 스팩의 상장 예정 주식수는 791만주로, 이 중 공모 주식수는 650만주다. 확정 공모가액 2000원을 적용하면 모집총액은 130억원으로 중형급에 해당한다. 기관 투자자에 배정된 주식은 75%에 해당하는 487만5000주다. 지난 5~6일 이틀 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기관투자자 경쟁률은 1069.96대 1을 기록했었다.
대신밸런스18호스팩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뒤 합병 대상을 물색할 예정이다. 향후 3년 이내에 합병등기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대신밸런스18호스팩은 합병을 위한 중점 산업군으로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제약·의료기기, 2차전지, LED 응용, 탄소저감에너지, 로봇 응용, IT 및 반도체, 고부가 식품산업 등을 선정했다.
대신밸런스19호스팩은 55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총 561만5000주가 상장된다. 희망공모금액 기준으로 11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역시 스팩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중형급에 해당된다.
대신증권의 이번 18호, 19호 스팩 상장 추진은 조만간 소멸될 스팩을 대체하기 위한 물량 공급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13호~17호 등 4개 스팩이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13호가 오는 11월을 기점으로 유디엠텍과 합병해 소멸된다.
이와 더불어 대신증권이 기술특례 성장성 추천 상장 주관이 2년 간 제한된 만큼 스팩을 통해 우회적으로 IPO 주관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신증권 주관으로 기술특례 상장했던 사이버보안 기업 시큐레터가 증시 입성 7개월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거래소는 대신증권에 페널티를 부과했다.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는 '기술평가 특례'와 '성장성 추천'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성장성 추천 주관을 못하게 된 것이다.
대신증권이 기술평가 특례 방식 주관은 가능하긴 하지만, 2년 동안 별다른 페널티를 적용받지 않은 경쟁 하우스들에 비해 ECM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현재 대신증권은 13호 스팩과의 합병을 앞둔 유디엠텍 외에도 △웨이비스 △셀비온 △유디엠텍 △아이언디바이스 △토모큐브 △노머스 등의 IPO 주관을 맡아 거래소로부터 상장예심 승인을 받은 상태다. 다만 상장 완료 기준으로 보면 대신증권은 지난해 7건의 IPO 단독 대표 주관(스팩 및 이전상장, 재상장, 공동 주관 제외)을 맡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라메디텍과 엑셀세라퓨틱스 2건에 그쳤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이 스팩 합병에 강점을 보여온 만큼 상장 주관 업무 분위기 반전 가능 여부도 관심이다. 실제로 대신증권의 스팩 합병 트랙레코드는 화려한 편이다. 대신밸런스스팩 1~12호 모두 합병에 성공했으며, 13호도 합병을 목전에 두고 있을 정도로 성공률은 높다. 합병할 법인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된 사례는 2010년 스팩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처음으로 선보였던 대신증권그로쓰알파와 대신밸런스4호스팩 정도다.
특히 2022년 2월부터는 거래소가 스팩존속합병 방식 외에도 '스팩소멸합병' 방식을 허용하면서 대신증권을 포함한 증권사들의 경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을 보면 스팩(SPAC) 상장 비중이 높은데, 스팩소멸합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팩소멸합병 도입으로 합병 이후 합병대상기업(비상장기업)의 법인격 유지가 가능해져 스팩합병상장에 대한 기업 선호도가 증가하는 등 시장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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