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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삼둥이 신사업 'TD' 운명은

Numbers_ 2024. 9. 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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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삼둥이 신사업 'TD' 운명은

고려아연의 신사업은 본격화된 시점이 2017년 황산니켈 생산을 위한 자회사 켐코를 설립한 시기다. 전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회사' 타이틀에서 벗어나 새 모멘텀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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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영풍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참석했다./사진=유한새 기자

 
고려아연의 신사업은 본격화된 시점이 2017년 황산니켈 생산을 위한 자회사 켐코를 설립한 시기다. 전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회사' 타이틀에서 벗어나 새 모멘텀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 신사업 삼각편대를 통칭해 TD(트로이카 드라이브)라고 칭했다.

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바뀐다면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재정비될 전망이다. 일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속도 조절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TD 사업 재검토 들어가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TD 사업 재편 계획을 갖고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기존 신사업의 방향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사업 전략에 맞는 경쟁력을 갖췄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추진한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이 최근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지만 그대로 끌고 가지 않고 일부 솎아내겠다는 의미다.

작년 신사업 기업설명회 당시 고려아연은 2025년 TD사업 매출 4조1000억원, 자본적 지출 8000억원으로 각각 예측했다. 거둬들이는 돈(매출)이 나가는 돈(CAPEX)을 뛰어넘는 내년이 사실상 신사업 원년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측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MBK파트너스 경영 아래 놓이면 속도 조절 등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재구상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성공하고 고려아연 이사회에 입성한 직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면 가장 유력한 재검토 대상은 이그니오다. 

2022년 고려아연이 인수한 이그니오는 전자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이웨이스트(E-waste) 업체다. 고려아연은 6개월간 미국을 오가며 이그니오 인수를 타진했다. 다른 복수의 사모펀드가 인수 의사를 전했지만 이그니오 전 경영진은 고려아연을 택했다. 이그니오 전 경영진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했지만 전략적 파트너로 고려아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7월 이그니오 지분 73.21%를 선 취득한 후 같은 해 11월 잔여 지분을 마저 인수해 100%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수 금액은 5820억원으로 2021년 이그니오 연매출 637억원의 9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인수의 적정성을 분석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수 대가가 과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며 "업계 관계자들도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투자라는 부분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를 제치고 잘 인수했는데 이제 와서 MBK파트너스가 이그니오를 꼬집은 이유는 기대 이하의 성과 탓이다. MBK파트너스는 'ROI 검증'을 기반으로 한 M&A를 강조해왔다. 이그니오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다. 

고려아연이 M&A를 타진할 당시 이그니오는 조지아에 8500만 달러 규모 신공장을 짓고 있었다. 또 미국 전역에 전자스크랩 재활용 시설 구축을 추진하는 사업 부문도 인수 대상에 포함해 원료 수집부터 최종 제련까지 수직 계열화에 따른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현재 이그니오는 적자로 파악된다.

이그니오 사업이 포함된 페달 포인트 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5721억원, 순손실 17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인수한 연매출 1조원 캐터맨(Kataman) 수익이 포함됐는데도 적자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것은 이그니오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MBK 파트너스 고려아연 인수 후의 청사진/자료 제공=MBK파트너스


이그니오가 꼭 아니라도 원료 확보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중장기적으로 건식 10만톤·습식 5만톤 총 15만톤의 동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건식 제련 설비에 필요한 원료 대부분을 자원순환을 통해 확보할 방침이다. 예를들어 설비를 돌리는데 연간 필요한 원료가 총 10만톤이라면 캐터맨에서 59%를 충당하고 그 외 네트워크를 통해 35%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그니오의 비중은 6%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이 작년 IR에서 밝힌 2033년 TD사업 전망치를 보면 자원순환 사업은 누적 자본적 지출(CAPEX) 1조5000억원에 에비타(EBITDA) 마진율 9.5%다. 누적 투자금 2조1000억원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바타 마진율 10.4%)과 비교할 때 수익성 지표가 큰 차이가 없다. 자원순환 사업이 투자 대비 남는 게 많다는 뜻이다.

자원순환 사업은 추진하되 일부 자산은 정리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MBK파트너스 부회장도 "자원순환 사업 중에서 캐터맨은 굉장히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제공=고려아연


전기차 캐즘…동박 사업 의문


시장에서는 동박 사업의 손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고순도 전기동을 주원료 한 동박 생산에 뛰어들었다. 동박은 리튬이온 전지의 음극재 소재로 전기차 핵심 부품이다.  

지금까지 고려아연이 동박 생산 자회사 케이잼에 출자해준 금액은 2043억원에 달한다. 

동박 공장의 초기 생산 능력은 연 1만3000톤이다. 이후 증설 투자를 통해 2028년에는 연 6만톤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구상이다. 2028년까지 총 투자금은 7356억원으로 지금까지 고려아연의 출자금은 1차 증설에 따른 필요 자금이다. 앞으로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비철금속 제련업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데다 자원순환을 활용한 원료 경쟁력 등을 높이 샀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지면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시장 주도 기업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최근 투자 시점을 뒤로 미뤘다. 

케이잼이 2028년 증설을 마치더라도 경쟁사 대비 생산량이 많지 않은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SKC의 연간 동박 생산능력은 약 5만톤이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6만톤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공장이 작년 10월 완공된 후 테스트 생산까지 마쳤지만 이차전지 성장률이 둔화됐다"며 "캐파가 훨씬 큰 경쟁사 대비 경쟁력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