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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금이 8376억원에 달하는 '2024년 스타트업코리아펀드'의 위탁운용사(GP)선정이 마무리됐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는 2027년까지 4년간 총 2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모태펀드와 은행권, 대기업 등 다양한 민간주체가 공동 출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민간 출자자(LP)들의 ‘제 식구 챙기기’를 위한 출자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위탁운용사(GP) 심사에는 총 40곳이 지원했으며 20곳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10개가 스타트업코리아펀드 민간LP 계열의 운용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리(삼천리인베스트먼트) △종근당홀딩스(CK창업투자)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신성델타테크(L&S벤처캐피탈) △카카오빌리티(카카오벤처스) △KC(케이씨투자파트너스) △IBK기업은행(IBK벤처투자) △NPC(엔코어벤처스) △효성(효성벤처스) △KB국민은행(KB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는 출범 당시부터 민간LP관련 운용사가 GP자격을 따내는 데 유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민간 LP의 투자확약서(LOC) 또는 출자의향서(LOI)를 미리 확보하면 가산점이 부여되는 인센티브 제도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업계에서는 GP선정을 두고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과 함께 중소형 VC들이 더 많은 조명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벤처투자업계의 혹한기가 이어지자 VC들 사이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LP들의 자금이 대형VC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VC들은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자본잠식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곳이 늘어나는 반면 대형VC들은 역대급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성과보수 잔치를 벌이는 모양새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중소형VC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지만 중기부는 많은 민간LP가 참여했다는 사실에 더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올해 출자사업이 도입된 첫 번째 연도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높은 참여를 이끌어냈다’며 민간투자 촉진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사업의 골자는 정부가 우선손실충당, 동반성장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 민간에서 과감하게 벤처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목적이 운용사 선정에도 반영될 수는 없을까. 최근 VC들은 투자의 안정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단독투자보다는 여러 운용사가 모여 클럽딜(공동투자)을 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투자금이 여러 스타트업에 고르게 분배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감한 벤처투자'는 출자 뿐만 아니라 투자 심사에도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도 다양해져야 한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GP선발은 앞으로 3년 더 진행될 예정이다. 셀프 선발이라는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스타트업 생태계계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내년부터는 중소형 VC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기원한다.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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