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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의 승자들

Numbers_ 2024. 10. 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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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의 승자들

고려아연 인수戰 진화된 ‘승자의 저주’ 사례경영권 인수전쟁 과열로 수혜자는 따로 있어최종승자는 장씨도 최씨도 아닌 ‘제3자’될 듯M&A 역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쟁이 또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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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인수戰 진화된 ‘승자의 저주’ 사례
경영권 인수전쟁 과열로 수혜자는 따로 있어
최종승자는 장씨도 최씨도 아닌 ‘제3자’될 듯


M&A 역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쟁이 또 하나의 ‘승자의 저주’ 사례로 MBA 교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MBK 영풍 연합군’의 공개매수가격 인상 중단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MBK 파트너스가 66만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두 번에 걸친 가격인상 레이스로 인수가격이 25.7% 상승하고 공개매수 직전 대비 49% 이상 급등한 83만원에서 일단 공격이 멈췄다. 금융감독 당국까지 나서고 막대한 인수비용 부담으로 경제적 실익을 따져 공격이 멈춘 상태이지만 방어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추가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비철금속 글로벌 1위 회사의 경영권이 골동품 거래처럼 ‘최고가경매(First Price Auction)' 경쟁으로 진행되면서 키친게임이 됐다. ‘MBK 영풍의 연합군’이 인수에 성공하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방어에 성공하든 소위 승자의 저주는 피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쟁에서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분경쟁 이전 주식 보유자, 치킨게임 뒷돈을 댄 금융기관, 소송대리인과 자문회사 등은 상당한 경제적 수혜를 봤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경영권 전쟁이 끝나고 전후 복구비용을 치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거둬갈 최종 승자는 지금은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되지 않는 의외의 제3의 주자(Player)가 될 가능성이 높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로 마지막 제시한 83만원은 공개매수 공시 직전의 주가 55만 6000원 대비 49.3%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27.44%(568만981주) 중에서 MBK가 인수하려는 최대목표 지분은 302만4881주(14.61%)이다. MBK 공개매수에 응해 매도에 성공한 14.61% 주주들은 단기간에 83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시현할 수 있게 됐다. 만일 고려아연이 인수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 이보다 더 많은 18%에 해당하는 소액주주들이 1조원이 넘는 차익을 얻게 된다. 물론 인수가격을 올리면 그만큼 차익은 늘어난다. 오랜만에 소수지분투자 주주들이 맛보는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공개매수 치키게임의 또다른 승자는 게임머니(Game Money)를 공급해준 금융기관들이다. MBK(한국기업홀딩스)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금리 5.7%로 1조5785억원을 차입했다. MBK가 경영권 취득에 성공하면 NH투자증권은 단숨에 900억원 이상의 이자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고려아연도 메리츠증권으로부터 6.5%로 1조원,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1조1635억원을 4.67%~5.5%로 차입하기로 약정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 금융기관들은 적어도 1100억원 가까운 대출이자 수입을 9~12개월 사이에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들 자금이 고려아연 신용도로 다시 차환되면 대출금리는 낮아질 수 있지만 돈을 벌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하기까지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이 상당하다. 또 장기전으로 이어질 법적 공방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법률소송 및 자문수수료는 로펌들의 든든한 수익원이 될 것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MBK 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면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배당을 늘려 우선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다. MBK는 인수 후 배당을 주당 2만5000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공개매수 제안에서 밝히기도 했다. MBK가 지분 14.61%를 인수하고 콜옵션 계약이행으로 영풍 지분 추가확보(50%+1주) 후 예고한 배당정책이 실행되면 연간 1200억원 이상을 배당이익으로 챙길 수 있다. 대주주로서 사모펀드의 경영효율화 실력을 발휘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프리미엄을 누리며 매각(Exit)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후 자금력이 풍부한 제3의 주자(Player)가 경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실패해도 별로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 같다. 한국의 경영권 M&A 시장은 재계 3~4세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훨씬 커지고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일어난 효성 한국앤컴퍼니 한미약품 등 유수의 한국 재벌가들이 모두 사모펀드의 주요 잠재적 고객군이다. 글로벌 전주(LP)들이 주목하는 한국 경영권 M&A 시장에서 MBK의 위상을 재확인시키며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충분한 재료로 활용될 것이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천신만고 끝에 경영권 방어 1차전에서 성공해도 매우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18% 지분의 공개매수 인수자금으로 조달한 3조원 이상의 자금부담과 금융비용은 고려아연이 벌어 갚아야 할 빚이다. 고금리 급전을 정상금리로 차환해도 높아진 부채비율을 예전수준으로 되돌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쓰여야 할 자금과 경영자원이 유출돼 단기적인 기업가치 개선도 어려워질 수 있다.

만일 MBK 영풍의 연합군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기 않는다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방어 2차전을 치러야 한다. 이미 소진된 체력으로 2차전 방어는 1차전 보다 훨씬 성공확률이 떨어질 수 있다. MBK가 2차전에서 승리하고 경영권을 행사한다 해도 사모펀드 특성을 감안하면 10년 정도 유지될 것이다.

결국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역시 지금은 드러나지 않은 숨은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이 산업부에 제출한 2차전지 소재관련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높아 고려아연의 중국 등 해외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소유지분을 보유한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이 고려아연 지분을 5~7%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어쩌면 이들 중 한 곳이 고려아연의 최종 주인이 될 수도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1차전은 앞으로 남은 시계열 수순 3단계 고개를 넘어야 향방이 드러날 것 같다. 우선 이번주 금요일(11일)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 종료일(23일) 10일전까지 가격조정이 가능한 마지막 날이다. 금융당국의 경고와 MBK 가격인상 경쟁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높이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고려아연의 마지막 선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기관투자자와 소액 개인주주를 유인할 수준의 가격인상이 있으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1차전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가격인상 조정에 실패하면 고려아연 자사수 공개매수기일 이전에 도래하는 MBK가 정한 공개매수 종료일인 14일에 MBK 영풍의 연합군이 승리하게 된다. 또다른 관문인 18일은 MBK 영풍의 연합군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을 심의하는 날이다. 만일 가처분이 인용되면 MBK 측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보다 더 높인 상황에서 가처분이 부인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전략이 추진될 것이다. 1차 공개매수 전쟁은 고려아연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MBK의 2차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더 큰 부담을 안은 승자의 저주가 시작될 수 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 비효율이 발생하고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회사의 장기적 발전이 훼손될 것은 불문가지다. 가시적으로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유무형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상실을 포함한 고려아연의 ‘전후 복구비용’은 대주주의 경영권 상실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한 책임이다.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고려아연의 두 주인인 장씨와 최씨 가문이 화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