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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깜짝 백기사는 한화도 현대자동차도 아닌 베인캐피털이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2조70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1조원은 사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나머지 1조7000억원은 여신한도를 추가로 열어 마련하기로 했다. 중견기업이 단기간에 이 같은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기는 쉽지 않다.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최 회장의 자신감도 이런 자금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세계적 사모펀드 회사인 베인캐피털이 지원군을 자처했다.
최 회장은 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1주당 83만원에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MBK와 영풍이 경영권 확보 계획을 밝힌 후 최 회장이 공식석상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도 고려아연의 공동매수자로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시장에는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직후 고려아연이 깜짝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 현대차 등 기존 고려아연 투자사를 비롯해 복수의 프라이빗에쿼티(PE)들이 언급됐으나 베인캐피털로 드러났다. 베인캐피털은 공개매수에 약 43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베인캐피털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아닌 최 회장 개인이 주체가 됐다는 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베인캐피털은 최 회장과 주주 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베인캐피털의 투자금 회수 의무도 최 회장에게 있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털은 순수 재무적투자자(FI)"라며 "고려아연과 계약으로 묶여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인캐피털은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사업방향에 대해 신뢰와 지지를 밝혔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전체 발행주식 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 베인캐피털은 2.5%인 51만7582주를 각각 매입할 예정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이 발행주식의 약 18%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과 MBK-영풍의 공개매수 수량을 제외하면 고려아연 측이 취득할 수 있는 주식은 약 760만주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데 무리없는 최소한의 한도에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자금도 1조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은 이번에 발행주식의 18%에 해당하는 물량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은 총 3조1000억원을 푼다.
이는 MBK 연합의 두 번째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투자자가 저희가 제안하는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인캐피털의 몫 4300억원 외에 고려아연은 약 2조7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1조4000억원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조달하고 잔금은 한도대출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1조7000억원의 여신한도를 추가로 늘렸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인 저를 비롯한 모든 이사들, 임직원들, 그리고 국내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계열사 임직원들은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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