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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지배구조상 순환출자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올해도 기업집단을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체 내부지분율은 지난해보다 상승했지만 동일인을 포함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계열사 의존도가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의 지배력과 관련된 수치는 변화를 앞두고 있다. 최근 밸류업 차원에서 공개한 새로운 주주환원 전략을 비롯해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등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주주환원에 동참하면서 향후 변화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의존도 확대…지배구조 고민 여전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내부지분율은 57.54%다. 지난해보다 1.07%p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지배력도 강화됐다. 그룹 확장으로 전체 자본금이 지난해보다 3.7% 증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체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체제 안정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일인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친족의 내부지분율은 전년 대비 각각 0.02%p, 0.06%p 하락해 오히려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된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같은 기간 계열회사 지분율은 1.45%p 상승하면서 그룹의 성장과 지배력 유지를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의 오랜 과제인 순환출자 문제는 올해도 여전하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총수일가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기아를 최대주주로 둔 현대제철도 현대모비스 지분 5.88%를 보유하며 구조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적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도 지난해와 동일한 상황이다.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정 회장이 100% 지분을 확보한 서림개발을 포함해 5개였다. 나머지 4개 계열사는 친족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계열사는 2개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이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계열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2개였다. 다만 전체 계열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에서 17.1%로 하락했다. 이는 그룹의 확장전략에 따라 계열사가 기존 60개에서 70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본금을 기준으로 IPO 비율을 따져보면 58.9%로 1년 전보다 1.9%p 하락했다.
금융보험사 출자 현황을 보면 출자 금융사와 피출자 계열사는 각 2개로 전년과 동일했다. 하지만 출자총액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3276억원이었고, 평균 지분율도 38.4%로 1.44%p 상승했다.
주도적 변화 추진, 긍정적 영향 기대
현대차그룹은 최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변화를 적극 추진하고있다.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2024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총주주환원율(TSR)' 개념 적용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전략으로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제시했다.
동일인인 정 회장이 확고한 지배력을 갖추려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승계해야 한다. 그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의 중심에는 현대모비스가 있었다. 이에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거나 유상증자, 대주주 지분 현물출자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장기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20%), 현대차(2.7%), 기아(1.8%), 현대오토에버(7.3%), 현대엔지니어링(11.7%)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배당 확대는 대주주인 오너일가의 재원 마련에 활용될 수 있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총발행주식 수를 줄여 1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IPO와 글로벌 파트너십 등도 또 다른 변수로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법인의 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인도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인도법인 IPO 추진과 함께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른 비상장사의 IPO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는 상장과 구주매출로 재원을 확보할 여지가 커진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파트너십은 순환출자를 해소할 환경을 마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MOU에는 승용차는 물론 상용차도 공동 개발·생산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증권가에서는 포괄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로 구속력 높은 ‘지분교환’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GM 지분을, GM은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5% 수준)을 교환한다면 순환출자 고리가 일부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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