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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최근 대내외적으로 각종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특히 동일인(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은 지배구조 근간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파장이 크다. 게다가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차전지 사업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어려움에 빠졌고 이에 그룹은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일가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이미 계열사를 통한 지배 의존도가 높은 상황임에도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현재 진행 중인 최 회장의 이혼소송 상고심(3심)에서 2심의 판결이 확정될 경우 동일인은 물론 전체 오너가의 지배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총수일가 지배력 약화…이혼소송 3심 촉각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SK그룹의 정점에 있는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올해 약해졌다. 총수일가 내부지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0.51%에서 올해 0.4%로 0.11%p 하락했다. 동일인인 최 회장은 지난해와 동일한 0.02%였지만, 친족의 지분율이 0.49%에서 0.37%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7월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이 SK㈜ 주식 10만815주(0.14%)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내부지분율도 0.34%p 내린 60.95%로 집계됐다. 다만 계열회사의 지분율은 반대로 0.08%p 상승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SK그룹의 지배력은 이미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었음변화를 가져오는 에도 올해 이 같은 추세가 더욱 커졌다. SK는 올해 SK온 등 주요 계열사의 성장 위기에 대응해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만큼, 내년에는 이에 따른 변화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내부지분율을 유지했지만 향후 변화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행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결과에 따라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 회장은 상고심을 제기했다. 만약 2심 결정이 유지된다면 재산의 3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인 만큼, 보유 지분 매각 등 지배력 변동이 예상된다. 최 회장은 올 상반기 말 기준 SK㈜ 지분 17.9%를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의 총수일가는 내부 지분율은 낮았지만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인 기업은 상당수였다. 공정위 자료를 살펴보면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3개였고, 이들이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곳은 SK실트론과 SK바이오팜 등 17개로 집계됐다. 대기업집단 중 10위권 내에서 GS그룹 다음으로 많았다.
SK그룹은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사세를 키웠다. 그룹에 포함된 전체 회사수도 219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공정위가 선정한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이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회사도 21개에 달했다. 다만 모수인 전체 회사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공개 비율은 전년 대비 1%p 하락한 9.6%에 그쳤다.
‘PSU·스톡그랜트’ 지급약정 계약 ‘최대’
SK그룹은 기업집단 가운데 주식지급거래 약정 건수가 가장 많았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대기업집단 내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US)를 부여하면 공시를 의무화했다. RSU는 양도가 제한된 주식으로 현금 성과급 대신 근속, 성과 등 조건을 충족시키면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스톡그랜트도 스톡옵션과 비슷하게 주식을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스톡옵션과 달리 정관변경 등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SK그룹의 약정 체결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231건으로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해 가장 많았다. 이 같은 방식은 임직원 성취의 동기를 부여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용이하다. 계약을 체결한 계열사는 SK㈜와 SK네트웍스 등을 포함해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PSU 방식이 116건, 스톡그랜트가 10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SK온은 밸류 셰어링(Value Sharing) 방식으로 지급한 사례가 14건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들은 IPO나 성과평가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한편 SK그룹의 국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한 현황은 1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SK스퀘어 미국법인(SK Square Americas, Inc)과 SK하이닉스 미국법인(SK Hynix America Inc)은 간접적으로 사피온(SAPEON Inc)을 통해 사피온코리아에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 밖에 SK스퀘어 미국법인은 넥스트젠 브로드캐스트 서비스(NextGen Broadcast Services)를 통해 캐스트닷에라를 지배했고 콘텐츠웨이브의 경우 지분 3.8%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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