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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은 1976년 현대건설의 주택사업부가 독립해 설립된 한국도시개발에서 시작됐다. 1986년 한라건설이 한국도시개발을 흡수하면서 현대산업개발로 상호를 변경했다. HDC그룹은 1999년 정몽규 회장과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 취임을 계기로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계열 분리 후 10년이 지난 2019년 자산 규모 10조원을 돌파하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HDC그룹은 현대산업개발을 HDC와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하고 HDC를 일반지주사로 전환했다.
정몽규 개인회사 엠엔큐파트너스, HDC 지배력 강화 활용
HDC그룹의 내부지분율은 전체 공시 대상기업집단 88개 그룹 61.4%와 유사한 수준인 60.07%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약 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정몽규 회장은 33.7% 지분을 보유한 HDC를 포함해 엠엔큐투자파트너스, HDC랩스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내부지분율은 5.52%다.
HDC그룹은 금융계열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이 모두 HDC 산하에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정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엠엔큐파트너스를 통해 HDC자산운용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 지분도 6.1%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활용해 HDC 지분을 매수하면서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했다.
지주사 설립 당시 정 회장은 HDC의 지분을 13.36% 보유하고 있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정 회장은 새로 교부받은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HDC 주식으로 교환해 31.41%까지 지분율을 확대했다.
이후 과반에 가까운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HDC 지분을 확대했다. 2021년 초 2.53%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장내매수를 거듭하며 2022년말 HDC 지분을 6.1%까지 끌어올렸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 지분을 장내매수한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현장 두 곳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5월 1만5600원을 찍었던 HDC 주가는 2022년말 5490원을 기록하며 3분의 1토막이 났다.
주가가 빠지던 시기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활용해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력을 끌어올리면서 2021년 56.41%였던 내부지분율을 2022년 58.36%까지 늘렸다. 같은 시기 정 회장의 동일인 지분율은 6.49%에서 5.62%로 낮아졌다.
HDC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 주식을 장내매수했다고 밝히면서 회사의 신뢰 회복을 매수 목적으로 발표했다. HDC 관계자는 "당시 광주 사고 이후 책임 경영을 위해 장내매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시기 정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지분 매수에 나서지 않았다. 정 회장은 2018년 지주사 설립 직후 약 97만5348주를 장내에서 사들였으나 이후 더 이상 HDC 주식을 매수하지 않았다. 당시 약 16억원의 개인 자금을 투입해 장내매수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몽규 세 아들 개인회사, 승계 지렛대 활용될까
정몽규 회장에겐 세 명의 아들이 있다. 장남 정준선 씨는 1992년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남 정원선 씨와 삼남 정운선씨는 각각 1994년생, 1998년생이다.
세 아들은 각각 개인회사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 더블유엔씨인베스트먼트,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장내 매수로 취득한 지분을 법인에 넘겨 법인으로 HDC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세 아들의 HDC 간접 보유 지분은 각각 0.5%, 0.3%, 0.2%다.
장남 정준선 교수 소유 회사인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는 HDC자산운용 지분도 6.8% 가지고 있다. 차남 소유 더블유엔씨인베스트먼트는 HDC자산운용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원선 씨는 HDC자산운용 지분 8.3%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삼남은 직접 HDC자산운용 지분 13%를 보유 중이다.
HDC자산운용은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자회사다. 향후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주식 교환 방식으로 HDC자산운용을 합병할 경우 세 아들은 자연스럽게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주주가 된다.
HDC자산운용은 올해 6월 기준 121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펀드 설정액은 2조 924억원을 기록 중이다. 반기 기준 매출액은 37억원이며 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HDC자산운용 주주에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두 딸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과 친분이 있는 이웅열 회장이 HDC자산운용의 전신인 아이투자신탁운용 설립 당시 출자한 지분이 두 딸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정 회장의 아들들이 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준선 교수가 최근 HDC랩스 지분 매입에 나선 것도 향후 승계와 무관치 않은 행보로 풀이된다. HDC랩스는 정몽규 회장과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각각 18.3%, 3.9%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다. 정 교수는 올해 장내매수를 통해 HDC랩스 지분 0.3%를 확보했다. 향후 HDC랩스 지분율을 끌어올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역합병하는 등의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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