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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당 분리한 한앤코의 남양유업...성공적 매각 위한 첫걸음

Numbers_ 2024. 10. 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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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당 분리한 한앤코의 남양유업...성공적 매각 위한 첫걸음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로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이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독립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남양유업은 주력 사업인 우유·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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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호텔이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과 함께 '여행의 백미 with 백미당' 패키지를 출시했다. 객실 1박에 백미당 컵 아이스크림 2개를 제공하는 패키지다.  /사진 제공=라한호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로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이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독립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남양유업은 주력 사업인 우유·분유 부문에 집중하고 백미당은 외식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독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백미당 분리 결정에 대해 업계는 한앤코가 매각을 염두에 두고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밑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설립된 남양유업 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는 모회사로부터 백미당 영업권을 양수받기로 했다. 현재 백미당은 남양유업 외식사업부에 소속돼 있으나 이번 양수 결정에 따라 백미당아이앤씨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양수 예정일은 12월 31일이다. 백미당은 남양유업이 2014년 신사업으로 선보인 커피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로, 유기농 우유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이 주력 메뉴다.

 

한앤코, 웅진식품 성공적 엑시트 전략 재현할까


이번 분리를 두고 한앤코가  엑시트(Exit) 전략의 첫걸음을 내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앤코는 이미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유사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사용해, 약 1150억원에 인수한 웅진식품을 두 배가 넘는 2600억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백미당도 유사한 방식으로 분리 매각하거나, 남양유업 매각 시 백미당의 가치를 높여 포트폴리오 일부로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백미당을 남양유업에서 분리 운영할 경우 음료 및 외식 브랜드로서의 가치 제고가 가능하다. 현재 백미당은 남양유업의 주력인 우유·분유 부문과 별도로 분류된 ‘기타 사업’에 속한 외식사업부의 유일한 브랜드인데,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독자적 성장 전략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생산 기반의 영업·대리점·물류 등 종합 업무를 담당하며, 백미당과 운영 방식이 달라 이를 분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오랜 기간 저수익에 시달렸던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그릴’, ‘일치프리아니’ 등 외식 사업을 차례로 정리했으나 백미당만은 남겨두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이 커피 브랜드 ‘폴바셋’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2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식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백미당 역시 한앤코의 엑시트 전략을 염두에 둔 주요 브랜드로 남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한앤코는 과거 웅진식품 사례처럼 비수익성 사업을 정리하고 원재료 납품 방식을 경쟁 입찰로 전환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후 백미당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남양유업 역시 상권을 분석하며 현재 전국 50여개 수준의 백미당 매장을 확장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외형을 확대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최근 백미당은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면서 내부 인테리어와 로고까지 대폭 변경하며 이미지 강화에 나섰다.

한앤코는 백미당을 남양유업 외식 브랜드로서 독립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매각 시 가치를 높일 전략적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자사의 M&A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지난 6월 백미당과 2019년 한앤코가 인수한 라한호텔 간의 거래 승인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다만 이사회에서 다뤄진 점을 고려하면 향후 라한호텔과의 보다 큰 협업 구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백미당이 한앤코가 인수한 대한항공 기내식&면세사업부와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기업·소비자간거래(B2C)보다는 기업간거래(B2B)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한앤코는 남양유업 인수 당시부터 이러한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